[책마을] '시장제패' 기업의 비밀…위험 감수하고 덩치부터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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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스케일링
리드 호프먼·크리스 예 지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452쪽│2만2000원
기업 高성장 전략 '블리츠스케일링'
불확실한 상황서 신속히 규모 키워
압도적 경쟁우위 선점하는 게 핵심
리드 호프먼·크리스 예 지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452쪽│2만2000원
기업 高성장 전략 '블리츠스케일링'
불확실한 상황서 신속히 규모 키워
압도적 경쟁우위 선점하는 게 핵심
에어비앤비가 실리콘밸리에서 ‘숙박 공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때의 일이다. 유럽의 여행·숙박예약업체 윔두는 에어비앤비의 사업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끼고, 당시 직원 40명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인수까지 노렸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윔두에 무릎 꿇지 않았다. 대신 유럽 전역에 지점 9개를 세웠고, 예약 1000만 건 달성을 발표했다. 스스로 폭풍 속에 들어간 에어비앤비는 결국 숙박 공유서비스로 세계적인 대박을 쳤다.
에어비앤비의 행보는 대표적인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이다. 블리츠스케일링은 기습공격을 의미하는 독일어 ‘블리츠(blitz)’와 규모 확장을 뜻하는 ‘스케일 업(scale up)’의 합성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회사를 키워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점하는 기업의 고도성장 전략이다.
블리츠스케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속도다. 이 전략을 펼칠 땐 기존의 경영상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예전엔 부딪치지 않았던 혼란이 일어도 밀고 나가야 한다. 때로는 고객을 무시해야 하는 순간도 만난다. 살아남기 위해선 조직 내에서 불길이 일어도 그냥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 한다. 통념과 관례란 단어는 가장 큰 적이다. 이 과정에서 죽는 기업은 다신 일어나지 못한다.
리드 호프먼과 크리스 예가 함께 쓴 《블리츠스케일링》은 경영자와 기업 투자자란 두 가지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논한다. 보통 둘 중 하나에 치우친 여느 경영서와는 다르다. 호프먼은 구인·구직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링크트인의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큰손’이다. ‘연결의 왕’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페이스북과 에어비앤비 등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한 유명 기업들에 투자해 성공을 이끌었다. 예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투자자다. 100여 개의 실리콘밸리 기업이 그의 투자를 받았다.
두 저자는 블리츠스케일링의 첫 단계로 조직 규모 파악을 꼽는다. 1단계는 ‘가족’(직원 1~9명), 2단계는 ‘부족’(10~99명), 3단계는 ‘마을’(100~999명), 4단계는 ‘도시’(1000~9999명), 5단계는 ‘국가’(1만 명 이상)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블리츠스케일링의 과정은 회오리처럼 빠르고 거대하게 진행된다.
블리츠스케일링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전략은 인적 관리다. 빠르게 커지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에 필요한 변화를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창립 공신’과 ‘외부 영입자’ 간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스페셜리스트를 먼저 채용하되, 특정 분야에 뛰어난 스페셜리스트에게 조직 관리를 비롯한 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을 맡기면 안 된다. 조직이 비대해짐에 따라 1 대 1 대화뿐만 아니라 1 대 다(多)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하고,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에만 의존하지 말고 데이터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스타트업 시절의 자유로움 대신 과거보다 커진 조직 규모에 맞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저자들은 “블리츠스케일링은 대기업이든 비영리단체든 그 어떤 분야에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대기업의 경우 ‘달려들 수 있는 기회’의 폭이 상당히 넓고, 만일 실패한다 해도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작은 군대’를 자기 휘하로 들일 수도 있다.
블리츠스케일링을 멈춰야 하는 시점도 설명한다. 시장 규모가 커져 큰 폭의 성장이 어려울 때, 직원의 생산성이 떨어질 때 등이다. 저자들은 멈춰야 할 시기가 왔다는 징후로 내분을 꼽는다. 내부의 고위직 누군가를 탓하며 조직이 분열되기 시작할 때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전진과 중단의 시기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도 경영자의 책임이다.
상당히 차갑고 비정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1등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현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블리츠스케일링 시대엔 빠른 속도와 불확실성이 곧 새로운 안정성을 가져다준다”는 역설적인 시장 상황까지도 짚어낸다. 많은 회사가 “비즈니스는 기업이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버는 일”이란 시장의 간단한 진리를 잊고, 내부 안위에만 매몰되는 사실도 지적한다. 미래를 꿈꾸고, 무한히 학습하지 않는 경영자는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도태되고 만다는 교훈을 쉬운 언어로 실감나게 전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에어비앤비의 행보는 대표적인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이다. 블리츠스케일링은 기습공격을 의미하는 독일어 ‘블리츠(blitz)’와 규모 확장을 뜻하는 ‘스케일 업(scale up)’의 합성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회사를 키워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점하는 기업의 고도성장 전략이다.
블리츠스케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속도다. 이 전략을 펼칠 땐 기존의 경영상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예전엔 부딪치지 않았던 혼란이 일어도 밀고 나가야 한다. 때로는 고객을 무시해야 하는 순간도 만난다. 살아남기 위해선 조직 내에서 불길이 일어도 그냥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 한다. 통념과 관례란 단어는 가장 큰 적이다. 이 과정에서 죽는 기업은 다신 일어나지 못한다.
리드 호프먼과 크리스 예가 함께 쓴 《블리츠스케일링》은 경영자와 기업 투자자란 두 가지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논한다. 보통 둘 중 하나에 치우친 여느 경영서와는 다르다. 호프먼은 구인·구직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링크트인의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큰손’이다. ‘연결의 왕’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페이스북과 에어비앤비 등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한 유명 기업들에 투자해 성공을 이끌었다. 예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투자자다. 100여 개의 실리콘밸리 기업이 그의 투자를 받았다.
두 저자는 블리츠스케일링의 첫 단계로 조직 규모 파악을 꼽는다. 1단계는 ‘가족’(직원 1~9명), 2단계는 ‘부족’(10~99명), 3단계는 ‘마을’(100~999명), 4단계는 ‘도시’(1000~9999명), 5단계는 ‘국가’(1만 명 이상)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블리츠스케일링의 과정은 회오리처럼 빠르고 거대하게 진행된다.
블리츠스케일링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전략은 인적 관리다. 빠르게 커지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에 필요한 변화를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창립 공신’과 ‘외부 영입자’ 간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스페셜리스트를 먼저 채용하되, 특정 분야에 뛰어난 스페셜리스트에게 조직 관리를 비롯한 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을 맡기면 안 된다. 조직이 비대해짐에 따라 1 대 1 대화뿐만 아니라 1 대 다(多)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하고,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에만 의존하지 말고 데이터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스타트업 시절의 자유로움 대신 과거보다 커진 조직 규모에 맞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저자들은 “블리츠스케일링은 대기업이든 비영리단체든 그 어떤 분야에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대기업의 경우 ‘달려들 수 있는 기회’의 폭이 상당히 넓고, 만일 실패한다 해도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작은 군대’를 자기 휘하로 들일 수도 있다.
블리츠스케일링을 멈춰야 하는 시점도 설명한다. 시장 규모가 커져 큰 폭의 성장이 어려울 때, 직원의 생산성이 떨어질 때 등이다. 저자들은 멈춰야 할 시기가 왔다는 징후로 내분을 꼽는다. 내부의 고위직 누군가를 탓하며 조직이 분열되기 시작할 때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전진과 중단의 시기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도 경영자의 책임이다.
상당히 차갑고 비정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1등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현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블리츠스케일링 시대엔 빠른 속도와 불확실성이 곧 새로운 안정성을 가져다준다”는 역설적인 시장 상황까지도 짚어낸다. 많은 회사가 “비즈니스는 기업이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버는 일”이란 시장의 간단한 진리를 잊고, 내부 안위에만 매몰되는 사실도 지적한다. 미래를 꿈꾸고, 무한히 학습하지 않는 경영자는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도태되고 만다는 교훈을 쉬운 언어로 실감나게 전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