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을 결국 포기했다. 코로나19로 공항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는 등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8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롯데와 신라는 올해 1월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에 참여해 각각 DF3(호텔신라)와 DF4(호텔롯데) 구역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정에 따르면 이날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했지만 고심 끝에 계약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DF7(패션·기타) 사업권을 따냈고 이날 계약을 그대로 체결했다.

국내 면세점업계 1∼2위인 롯데와 신라가 10년짜리 면세점 계약을 포기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입찰 당시 인천공항이 제시한 계약 첫해 최소보장금은 DF4 구역 638억원, DF3 구역은 697억원에 달한다.

롯데와 신라가 정확히 얼마를 써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최소보장금보다는 더 많은 금액을 써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도 연간 600억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현재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2000명도 되지 않는다. 현재 운영 중인 면세점들도 매출액의 두 배가량을 임차료로 내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와 신라는 상황이 심각한 만큼 기존 계약 조건 그대로 매장을 운영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는 인천공항 측에 계약 내용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종적으로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포기함에 따라 사업자를 재선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존에 유찰됐던 인천공항의 DF2(향수·화장품), DF6(패션기타)와 함께 롯데와 신라가 계약을 포기한 곳까지 총 4개 구역의 사업자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

앞서 에스엠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신규 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중도 포기한바 있다. 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도 반납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