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집중 어려워…학원도 가는데 차라리 개학했으면"
"얘들아, 선생님이 설명한 내용이 잘 이해됐으면 하트 하나씩 날려주세요."
이달 9일 고3과 중3 대상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쌍방향 원격수업 테스트가 진행된 7일 오전 9시 의왕 갈뫼중 1층 교실. 이 학교 원격수업 준비를 담당하는 신영인 수석교사는 3학년 5반 학생 24명을 대상으로 저작권 이해에 관한 간단한 수업을 했다.
원래 5반 학생은 총 26명이지만 2명은 15분간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접속하지 않았다.
신 교사는 펭수 이미지를 화면에 띄운 뒤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예외조항 적용을 받는다"며 "또 펭수와 같이 본인이 문제로 삼지 않는 경우가 많고 펭수는 본인의 짤(온라인에서 도는 사진·그림을 이르는 용어)이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얼굴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며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중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의 얼굴을 캡처하거나 짤로 이용하면 저작권법에 위배된다"고 당부했다.
신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 일부 학생은 화면에 눈웃음 그림을 그리거나 하트를 띄워 보내기도 했다.
이후엔 담임교사의 공지도 전달됐고, 30여분간의 원격수업 테스트는 비교적 순조롭게 끝났다.
그러나 본격적인 온라인 개학을 앞둔 교사와 학생들은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신 수석교사는 "교사도 학생도 원격수업에 미숙하다"며 "컴퓨터를 보고 혼자서 계속 말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거부감이 크고 학생들도 카메라를 보며 대답하는 게 부끄러운지 잘 답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틀간 테스트 한 것인데 오늘 2명은 늦잠을 자는지 끝내 접속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bs는 지금도 접속이 되지 않는 등 보완없이 온라인 개학하라는 게 교사로서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생들과의 소통도 넘어야 할 산이다.
김 담임교사는 "기계 조작이 능숙하지 않아 굉장히 힘들다"며 "나는 국어 담당인데 교실에서는 학생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연스럽게 수업이 이뤄지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잘 살려내야 할까 모든 교사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수업을 들어본 학생들 역시 상호소통 문제를 공통으로 지적했다.
또 학습환경, 기기의 한계 등도 우려했다.
원격수업을 마치고 교과서를 받으러 학교로 온 3학년 김채은 양은 "교실 수업은 선생님과 대면하는 거라 (학습 내용이) 와닿는 게 있는데 온라인으로 하니까 좀 풀어지는 느낌"이라며 "집에 동생 2명이 있어 시끄러워서 집중도 잘 안 된다"고 했다.
김 양은 "학생이 공부하라고 만든 공간인 학교가 잘 활용되지 않아 아쉽다"며 "이미 주변 친구들은 다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차라지 개학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박모 군은 "교실에서 수업 들으면 모르는 게 나와도 바로 친구한테 물어보고 그러는데 온라인 수업은 어렵다"며 "이게 수업으로 대체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고, 온라인으로 배운 내용으로 시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예담 양은 "집에 있는 노트북 한 대로 동생 2명과 함께 사용할 수 없어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며 "시력이 좋지 않아 폰으로 듣는 게 걱정된다"고도 했다.
갈뫼중은 9∼10일 이틀간은 교과별 교사와 학생들 간 '온라인 대면식'을 한 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5∼6시간 연이은 쌍방향 원격수업의 피로도를 고려해 오전엔 쌍방향 수업, 오후엔 단방향 또는 과제 제시형 등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9일부터 고3과 중3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한다.
16일부터는 고1∼2, 중1∼2, 초4∼6으로 확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