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채팅앱 곳곳 지뢰밭…'온라인 그루밍' 범죄 노출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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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n번방 계기로 문제 심각성 지적…"피해자 특별하지 않아"
전문가들 "그루밍 법적 처벌해야…고도화된 범죄 발맞춰 다각도 수사 필요" "10대, 20대 관심 있으면 연락 주세요.
", "일탈계(자신의 신체 일부를 온라인에 노출하는 것) 해봤어요?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
온라인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성 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한 '박사방', 'n번방' 등의 피해자 가운데는 10대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됐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유인하고 길들이는 '온라인 그루밍' 위험에 아동·청소년이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은 나아가 협박 등을 동반한 성 착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처벌할 법·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SNS·채팅앱에 '온라인 그루밍' 위험요소 널려…"피해자 특별하지 않아"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와 전문가들은 온라인 그루밍에 연결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도처에 널려 있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한 채팅앱에서 '월 400만원에 스폰 알바'를 제안한 남성을 접촉했다가 n번방 사건 피해자가 된 A씨는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면서도 "온라인에 나쁜 정보가 너무 많다"고 6일 말했다.
속칭 '스폰 알바'나 '모델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여성을 유인하는 내용이 SNS 등에서 수시로 눈에 띄는데, 무심코 응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10대 청소년들이 SNS, 채팅 앱 등을 매개로 n번방과 같은 범죄 피해자가 됐거나 될 뻔했다고 말하는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피해자는 특별한 아이들이 아니다"라며 "스마트폰 앱, SNS 등에 무수히 많은 정보가 오가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아이가 온라인 그루밍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대단한 과정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동영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위험의 싹이 움튼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게임을 하거나 SNS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채팅 앱에서 접촉이 오가는 과정 등에서 온라인 그루밍이 이뤄지고 협박까지 이뤄진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한 접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의 권현정 부소장은 "청소년기에는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하는데, 가해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이를 포착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공감해주면서 그루밍한다"며 "청소년들은 성범죄 목적에서 피해를 보리라고 생각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법적 공백 메워 처벌해야"…위장·함정수사 도입 요구도
이처럼 온라인 그루밍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보니 10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근심이 크다.
여성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맘카페에서도 그와 관련한 우려가 활발히 공유된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한 여성은 최근 맘카페에서 n번방 사건을 거론하며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에게 웬만하면 SNS나 온라인 게임 등을 하지 말라고 이런저런 교육을 단단히 했다"고 썼다.
서울의 한 지역 맘카페에서는 "게임 아이템을 공짜로 준다거나, 사진을 보고 SNS로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이들에게 알려주자"며 사례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온라인 그루밍이 성 착취 등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만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며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승희 대표는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온라인 그루밍에 더 취약하지만 형사법적 개념이 규정돼 있지 않아 온라인 그루밍을 직접 처벌할 수 없었다"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지난해 온라인 그루밍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처벌법 신설을 권고했지만 아직 이를 위한 움직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권현정 부소장은 "온라인 그루밍으로 인한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성적 대화에 아동·청소년을 참여시키는 단계부터 처벌해야 한다"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곳곳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아동을 유인하는 텍스트 자체도 범죄가 되는데 우리는 제재하지 않는다"며 "유인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화하고 처벌하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대응에 위장수사나 함정수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이 가상의 여자아이 모습으로 채팅 앱에 들어가 성매매나 성 착취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찾아내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진경 대표는 "일각에서는 함정수사가 범죄 의도가 없는 이들에게 범의(犯意)를 유발할 수 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범죄는 점점 고도화하는 만큼 수사기관의 움직임도 이를 뒤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그루밍 법적 처벌해야…고도화된 범죄 발맞춰 다각도 수사 필요" "10대, 20대 관심 있으면 연락 주세요.
", "일탈계(자신의 신체 일부를 온라인에 노출하는 것) 해봤어요?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
온라인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성 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한 '박사방', 'n번방' 등의 피해자 가운데는 10대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됐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유인하고 길들이는 '온라인 그루밍' 위험에 아동·청소년이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은 나아가 협박 등을 동반한 성 착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처벌할 법·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SNS·채팅앱에 '온라인 그루밍' 위험요소 널려…"피해자 특별하지 않아"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와 전문가들은 온라인 그루밍에 연결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도처에 널려 있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한 채팅앱에서 '월 400만원에 스폰 알바'를 제안한 남성을 접촉했다가 n번방 사건 피해자가 된 A씨는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면서도 "온라인에 나쁜 정보가 너무 많다"고 6일 말했다.
속칭 '스폰 알바'나 '모델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여성을 유인하는 내용이 SNS 등에서 수시로 눈에 띄는데, 무심코 응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10대 청소년들이 SNS, 채팅 앱 등을 매개로 n번방과 같은 범죄 피해자가 됐거나 될 뻔했다고 말하는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피해자는 특별한 아이들이 아니다"라며 "스마트폰 앱, SNS 등에 무수히 많은 정보가 오가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아이가 온라인 그루밍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대단한 과정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동영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위험의 싹이 움튼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게임을 하거나 SNS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채팅 앱에서 접촉이 오가는 과정 등에서 온라인 그루밍이 이뤄지고 협박까지 이뤄진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한 접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의 권현정 부소장은 "청소년기에는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하는데, 가해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이를 포착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공감해주면서 그루밍한다"며 "청소년들은 성범죄 목적에서 피해를 보리라고 생각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법적 공백 메워 처벌해야"…위장·함정수사 도입 요구도
이처럼 온라인 그루밍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보니 10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근심이 크다.
여성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맘카페에서도 그와 관련한 우려가 활발히 공유된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한 여성은 최근 맘카페에서 n번방 사건을 거론하며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에게 웬만하면 SNS나 온라인 게임 등을 하지 말라고 이런저런 교육을 단단히 했다"고 썼다.
서울의 한 지역 맘카페에서는 "게임 아이템을 공짜로 준다거나, 사진을 보고 SNS로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이들에게 알려주자"며 사례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온라인 그루밍이 성 착취 등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만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며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승희 대표는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온라인 그루밍에 더 취약하지만 형사법적 개념이 규정돼 있지 않아 온라인 그루밍을 직접 처벌할 수 없었다"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지난해 온라인 그루밍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처벌법 신설을 권고했지만 아직 이를 위한 움직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권현정 부소장은 "온라인 그루밍으로 인한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성적 대화에 아동·청소년을 참여시키는 단계부터 처벌해야 한다"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곳곳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아동을 유인하는 텍스트 자체도 범죄가 되는데 우리는 제재하지 않는다"며 "유인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화하고 처벌하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대응에 위장수사나 함정수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이 가상의 여자아이 모습으로 채팅 앱에 들어가 성매매나 성 착취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찾아내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진경 대표는 "일각에서는 함정수사가 범죄 의도가 없는 이들에게 범의(犯意)를 유발할 수 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범죄는 점점 고도화하는 만큼 수사기관의 움직임도 이를 뒤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