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장애 가족에 생애 첫 사진 선물"…어느 사진가의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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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규 씨, 12년간 전북 곳곳 돌며 1천400가정에 가족사진 전달
"사진으로 사회적 가치 실천하겠다는 신념 전할 수 있어 행복해" 전북 전주에서 사진작가 겸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오준규(49) 씨는 12년 만에 무료한 봄을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찾아가는 이동 스튜디오'가 가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오씨는 매주 토요일마다 카메라와 각종 촬영 장비를 챙겨 도내 곳곳의 장애인 가정을 돌며 무료로 사진을 촬영한 뒤, 가정의 달인 5월에 사진액자를 선물해왔다.
사회복지사의 업무와는 별개로 오직 '사진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겠다'며 2009년부터 시작한 일이다.
"장애 가정을 방문했는데 비장애인에게는 흔한 사진 한 장이 안 보였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수입이 적은 장애인에게 가족사진 촬영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진관까지 찾아가기도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
무심코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오 씨에게는 그 말이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는 이동이 제한된 장애인에게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어 선물하는 '이동 스튜디오'를 계획하고 네이버 해피빈 후원을 통해 액자값 등에 쓸 50만원을 마련했다.
스튜디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카메라뿐 아니라 사진 배경이 될 스크린과 조명까지 챙겨 전북 곳곳을 누비다 보니 입소문이 퍼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전북은행의 후원 문의가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이동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12년간 오 씨가 카메라에 담은 장애 가족만 1천400 가정에 달한다.
물론 이동 스튜디오 운영을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있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일을 하고 가족들도 챙기다 보니 이동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게 버거웠기 때문이다.
쌓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매일 오전 5시 일어나 일찍 하루를 시작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오 씨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건 장애 가족들의 간절한 사연들이다.
장애 가족들에게 오 씨가 찍어주는 사진은 생애 처음 혹은 마지막 가족사진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오 씨는 "장애를 가진 아들과 번듯한 사진 한 장 찍을 수나 있을까 생각해왔는데 사진을 찍게 돼 꿈만 같다"며 연신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던 어머니와 "남편이 뇌졸중으로 누워있는데 꼭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며 간곡히 부탁하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장애인의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최고의 순간을 담아주고자 한 가족에게만 4천번의 셔터를 누른 적도 있다.
사진을 촬영하러 온 장애 가족들도 오 씨를 잘 따른다.
오 씨는 다른 사진가보다 더 애정 있게 장애 가족을 프레임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어색해하거나 정면을 응시하기 어려워하는 장애인들이 적응할 때까지 오 씨는 기다린다.
장애인이 주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차분하게 포즈를 잡아 주는 것도 오 씨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낯선 환경을 특히 어려워하거든요.
카메라가 적응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시간을 충분히 잡고 촬영 계획을 세워요.
장애인들과 스킨십도 많이 하고요.
이런 저의 애정을 알아봐 주시고 이동 스튜디오를 반기는 것 같아요.
" 오 씨는 찾아가는 이동 스튜디오가 이 사회를 풍성하게 할 작은 씨앗이 되리라고 굳게 믿는다.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분명히 제가 카메라에 담은 얼굴과 미소들이 사회를 밝게 해 줄 거라 굳게 믿어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찾아가는 이동식 스튜디오를 다시 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
"사진으로 사회적 가치 실천하겠다는 신념 전할 수 있어 행복해" 전북 전주에서 사진작가 겸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오준규(49) 씨는 12년 만에 무료한 봄을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찾아가는 이동 스튜디오'가 가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오씨는 매주 토요일마다 카메라와 각종 촬영 장비를 챙겨 도내 곳곳의 장애인 가정을 돌며 무료로 사진을 촬영한 뒤, 가정의 달인 5월에 사진액자를 선물해왔다.
사회복지사의 업무와는 별개로 오직 '사진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겠다'며 2009년부터 시작한 일이다.
"장애 가정을 방문했는데 비장애인에게는 흔한 사진 한 장이 안 보였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수입이 적은 장애인에게 가족사진 촬영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진관까지 찾아가기도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
무심코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오 씨에게는 그 말이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는 이동이 제한된 장애인에게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어 선물하는 '이동 스튜디오'를 계획하고 네이버 해피빈 후원을 통해 액자값 등에 쓸 50만원을 마련했다.
스튜디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카메라뿐 아니라 사진 배경이 될 스크린과 조명까지 챙겨 전북 곳곳을 누비다 보니 입소문이 퍼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전북은행의 후원 문의가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이동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12년간 오 씨가 카메라에 담은 장애 가족만 1천400 가정에 달한다.
물론 이동 스튜디오 운영을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있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일을 하고 가족들도 챙기다 보니 이동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게 버거웠기 때문이다.
쌓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매일 오전 5시 일어나 일찍 하루를 시작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오 씨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건 장애 가족들의 간절한 사연들이다.
장애 가족들에게 오 씨가 찍어주는 사진은 생애 처음 혹은 마지막 가족사진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오 씨는 "장애를 가진 아들과 번듯한 사진 한 장 찍을 수나 있을까 생각해왔는데 사진을 찍게 돼 꿈만 같다"며 연신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던 어머니와 "남편이 뇌졸중으로 누워있는데 꼭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며 간곡히 부탁하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장애인의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최고의 순간을 담아주고자 한 가족에게만 4천번의 셔터를 누른 적도 있다.
사진을 촬영하러 온 장애 가족들도 오 씨를 잘 따른다.
오 씨는 다른 사진가보다 더 애정 있게 장애 가족을 프레임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어색해하거나 정면을 응시하기 어려워하는 장애인들이 적응할 때까지 오 씨는 기다린다.
장애인이 주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차분하게 포즈를 잡아 주는 것도 오 씨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낯선 환경을 특히 어려워하거든요.
카메라가 적응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시간을 충분히 잡고 촬영 계획을 세워요.
장애인들과 스킨십도 많이 하고요.
이런 저의 애정을 알아봐 주시고 이동 스튜디오를 반기는 것 같아요.
" 오 씨는 찾아가는 이동 스튜디오가 이 사회를 풍성하게 할 작은 씨앗이 되리라고 굳게 믿는다.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분명히 제가 카메라에 담은 얼굴과 미소들이 사회를 밝게 해 줄 거라 굳게 믿어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찾아가는 이동식 스튜디오를 다시 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