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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논설실] 중국은 '코로나 사태' 사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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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말로 전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20만명을 넘었습니다. 사망자 수도 6만5000명선에 근접했습니다. 확진자 수는 지난달 26일 5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열흘만에 두 배 이상으로 훌쩍 뛴 것입니다. 세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된 데 이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급격한 수요 위축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의 손실 규모가 2조 달러(약 2472조 원)에서 4조1000억 달러(약 506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3~4.8%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ADB는 지난달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손실 규모를 최대 3470억 달러(약 414조 원)로 전망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불과 한달 사이에 예상 손실규모를 12배 이상 늘린 것입니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V자형 회복은 물 건너갔다"며 "세계경제에 전례없는 지옥문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 정도 타격이라면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사에 선명히 기록될 만한 전염병이 될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고, 왜 이렇게 전세계 경제를 흔들 정도로 확산됐는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위기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코로나 사태' 원인 제공은 누가 뭐래도 중국

    코로나19는 작년 12월초 중국 허베이(湖北)성 성도인 우한(武漢)시 화난 수산시장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들이 나오면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 신종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나온 것으로, 박쥐를 먹는 중국인의 식습관에서 비롯됐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입니다. 이 감염병은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습니다. 지난 1월말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우한 및 허베이성 사람들이 대거 중국 내 다른 지역과 해외로 이동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됐습니다. 이 감염병이 초기에 '우한 폐렴'으로 불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만약 중국 정부가 이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된 직후 우한을 봉쇄하는 등 초기에 강력히 대응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과 같은 글로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세계경제의 위기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발생 초기에 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덮는데 급급했습니다. 작년 12월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발견하고, 강력한 경보를 울렸던 우한중심병원의 안과 의사 리원량의 사례가 단적입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의사 리원량을 "거짓 정보를 유포해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해쳤다"며 그를 범죄인 취급했습니다. 또 외국 언론의 관련 취재를 통제하고, 기사를 삭제하는 등 정보 공개를 막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후 코로나19가 우한을 중심으로 대유행한지 한달여가 지난 올 1월23일에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우한을 봉쇄했습니다. 인구 1100만여명으로 서울시보다 큰 우한시를 뒤늦게 봉쇄했지만 이미 이곳에서 수백만명이 중국내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빠져나간 뒤 였습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최근 중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 당혹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 흔한 유감 한마디 없이 "중국의 강력한 방역시스템이 세계의 공공안전에 큰 공헌을 했다"며 중국의 성공적 방역을 자랑하고, 선진국들의 방역실패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말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불확실하다. 아마 미국일지도 모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달초 베이징대 군사의학연구소를 시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발원지를 밝혀내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중국 기원설은 누명이다. 중국 정부는 전혀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적반하장이란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이겠지요.

    ◆중국의 코로나 초기 대응은 리더국 결격 사유

    중국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틈타 미국을 제치고 '세계 리더 국가'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내 감염자가 30만명을 넘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중국이 세계 각 국을 돕겠다고 나선 겁니다.

    지난달 2주 동안에만 중국 정부는 89개국에 2600만개 이상의 마스크와 230만개 이상의 진단 키트 등을 기증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의 도움을 받은 나라가 120여개국에 달한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는 지난달 의사와 간호사, 바이러스 전문가 등 300여명을 파견했고,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도 31t을 지원했습니다. 또 한국과 스페인 슬로바키아 이란에도 진단 검사 키트를 제공하고, 네덜란드 등에는 마스크를 수출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했고, 이제 다른 나라를 돕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들에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지원한다고 과연 글로벌 리더국가가 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글로벌 리더국가는 덩치만 크고, 어려운 나라를 돕는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조지프 나이(Joseph Nye Jr.)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2015년 저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글로벌 리더국가는 다른 나라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소프트 파워, 즉 ‘보편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예컨대 대영제국의 민주주의, 미국의 자유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국가라야 리더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시진핑의 중국이 내세우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중국몽(中國夢)'으로 상징되는 '중화사상'입니다. 이건 보편적 가치가 아닙니다. 자국 우월주의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언론 통제, 진실 은폐, 인권 무시 등은 글로벌 리더국가의 결격 사유임에 틀림없습니다.

    ◆리더국가 되려면 코로나 사태 사과부터해야

    중국이 앞으로 글로벌 리더국가로 발돋움하려면 이번 코로나19사태로 인한 '글로벌 민폐'에 대해 지금이라도 진심어린 유감 표명이나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글로벌 방역 협력에 적극 나서는 것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 각 국 시민들에게 바이러스의 발원국으로서의 책임을 인정하고, 글로벌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 순서입니다.

    동시에 지금도 미심쩍은 중국내 감염자수와 사망자 등의 통계를 명확히 공개해야 합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공유야말로 글로벌 방역 협력의 첫걸음입니다. 중국이 그런 겸허한 모습을 보일 때 글로벌 시민들은 중국을 글로벌 리더국가가 될만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할 것입니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기회입니다. 중국이 코로나19사태 와중에 글로벌 리더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면 미국에 버금가는 패권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 정부 행태를 보면 글로벌 리더국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것처럼 비칩니다.

    차병석 수석논설위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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