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미성년 연령 하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훔친 승용차를 몰다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대학생 운전자를 숨지게 한 10대들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인 것이 알려지면서 형사미성년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렌터카 훔쳐 사망사고 낸 10대 엄중 처벌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에는 하루 만인 3일 오후 2시 현재 73만6천227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29일 0시께 대전 동구 한 도로에서 A(13)군이 경찰 추적을 피하며 그랜저 승용차를 몰다 중앙선을 넘어, 대학 새내기 B(18)군이 몰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B군이 숨졌다.
청원인은 "운전자는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라서 형사처분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며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승용차에는 A군 등 또래 8명이 타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차량을 훔쳐 대전까지 무면허 운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6명은 현장에서 붙잡혔고, 2명은 세종에서 또 다른 차량을 훔쳐 서울까지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이들 중 일부가 이 사고를 내기 전에도 서울과 인천 등에서도 차량을 훔쳐 무면허 운전을 수차례 했지만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A군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으로, 사회봉사 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형사미성년 연령을 낮추자는 여론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 노래방에서 촉법소년인 중학생 7명이 초등생 1명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이들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5만92명의 동의를 얻으며 형사미성년 연령을 하향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경기 북부 지역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생이 또래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부는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제4차(2020∼2024)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 가해 학생 교육과 선도 강화를 위해 촉법소년 연령을 만 10세 이상∼만 13세 미만으로 내리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무부도 2018년 12월 '제1차(2019∼2023) 소년비행 예방 기본계획'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형사미성년 기준을 하향하는 데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소년 범죄 예방은 단순히 엄벌을 통해 해소되는 게 아니다"라며 "소년비행 원인의 복잡성과 다양성, 아동 발달과정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발간한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 제도 개선'연구에서도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형사 미성년 규정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판사 92.3%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촉법소년 규정에 대해서는 설문에 참여한 소년원 종사자 66.2%, 보호관찰관 68.3%, 국선 보조인 85.4%, 판사 100%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