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 앞 법무사 사무소…입소문 타고 하루 100∼150단 판매
"화훼농가 돕자"…꽃집으로 변신한 법무사 사무소
법무사 사무소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화사한 꽃집으로 변신했다.

부산 북구청 맞은편에 있는 한 법무사 사무소.
사무소 안에 들어서자 평소 다소 칙칙했던 내부는 온통 꽃향기로 가득했다.

이 사무소에서 꽃을 판매한 지는 벌써 한 달가량 지났다.

이미 구청 직원들과 인근 부민병원 간호사 등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여기서 꽃을 파는 직원은 김영선 사무장.
김 사무장이 자신의 직장인 법무사 사무소에서 꽃을 팔게 된 사연은 이렇다.

그는 지난 1월 대구에 사는 동생을 잃었다.

지난달 49재를 앞두고 법당에 가져갈 꽃을 사무실에 잠시 가져다 놨는데 사무소를 찾은 한 손님이 꽃을 구매하고 싶다고 문의했다.

때마침 뉴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훼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김 사무장은 꽃 농사를 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훼농가에서는 졸업식, 입학식이 취소되면서 경매에서 낙찰되지 못한 꽃들을 어쩔 수 없이 버리고 있었다.

김 사무장은 어릴 때 부모님이 직접 화훼농가를 운영한 적이 있어 힘들고 정성스럽게 키운 꽃을 버려야 하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 사무장은 곧바로 화훼농가 몇 곳에 전화를 돌려 원가에 꽃을 위탁판매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화훼농가 돕자"…꽃집으로 변신한 법무사 사무소
시름에 빠진 화훼농가들은 흔쾌히 김 사무장 제안을 수락했다.

법무사와 다른 직원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꽃을 사가는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

유통마진이 없다 보니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꽃을 판매했고, 많게는 하루에 100∼150단(1단 10송이)까지 팔기도 했다.

주 고객은 북구청 직원들과 인근 부민병원 간호사들이다.

법무사 사무소를 찾는 사람들도 화훼농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꽃을 구매했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멀리서 꽃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상태가 좋지 못한 꽃들은 무료로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김 사무장은 꽃을 원가로 판매하는 데다 판매되지 못하고 시들어 버리는 꽃들도 있어 손해가 나지만, 당분간 꽃 판매를 계속할 예정이다.

김 사무장은 "사실 법무사 일만 하더라도 굉장히 바빠서 꽃을 팔 여력이 없지만, 판매를 중단할 수도 없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정상적인 유통 경로로 꽃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