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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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금감원에 3자 주주연합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 요청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한진그룹의 조원태 회장 측이 금융감독원에 ‘반(反) 조원태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조사를 요청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16일 금감원 기업공시국에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와 엄정한 처분을 요구하는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한진칼이 주장한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은 허위공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경영권 투자, 임원·주요주주 규제 등이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금감원에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3.28%의 지분을 처분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및 업무정지·해임요구 처분, 시정명령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반도건설과 KCGI의 이 같은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훼손시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며 “기업 운영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일반 주주들의 손해를 유발시키는 3자 주주연합의 위법 행위을 묵과할 수 없어 금융감독원에 엄중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 한진칼 "반도건설, 주식보유목적 허위공시…KCGI, 의결권 위임활동 위반"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 DB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 DB
한진칼은 3자 주주연합 한 축인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이 지난해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선임해달라고 요구한 점 등을 들어 반도건설이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진칼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해 8월과 12월 한진그룹 대주주를 만나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 후보자로 추천해달라는 뜻을 알려 사실상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의 주요 부동산 개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8일 계열사 대호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고, 이후 꾸준히 지분을 장내매수했다. 지난해 10월 당시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였지만, 올해 1월 10일 지분 추가 취득 공시를 통해 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변경했다. 올 들어서도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현재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13.30%까지 늘렸다.

이에 한진칼은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지분 8.28%(1월10일 기준) 중 5%를 초과한 3.28%에 대해 ‘주식처분명령’을 내려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했다. 자본시장법은 주식 보유목적 등을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건설은 이에 대해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개 이후 조 회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먼저 요구해 권 회장이 만남을 가졌고, 이는 위로와 격려 차원이었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투자는 반도건설 등 계열사가 단순투자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며 조 회장을 만난 시기의 지분율은 2∼3%에 불과해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도건설은 앞서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000주(8.20%)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또한 한진칼은 KCGI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활동 규제를 위반했다는 점과 투자목적회사(SPC) 투자방법이 자본시장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KCGI는 지난 6일에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를 제출한 만큼 11일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가 가능했지만 실제로는 지난 7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를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한진칼은 "자본시장법에는 SPC의 경우 공동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며 "KCGI의 SPC 중 한진칼 지분 12.46%를 보유한 그레이스홀딩스만이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했을 뿐 나머지 5개의 SPC는 경영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SPC가 최초 주식 취득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할 때 까지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하지 못할 경우, 6개월 내에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한진칼 지분 2.42%를 보유한 엠마홀딩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며 "최초 지분 취득 시점이 지난해 2월 28일인데 경영권 투자 없이 지분을 보유한지 12개월이 지나 자본시장법 위반이 확정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KCGI가 특별관계자인 엠마홀딩스나 캐트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를 그레이스홀딩스의 소유 주식수로 포함해 공시한 점도 주요 주주로서의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한진칼은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및 수사기관 고발을 요청했다"며 "SPC의 투자규정 위반의 경우 KCGI에 대한 업무정지 및 해임요구를, 임원·주요주주 보고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 및 수사기관 통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 한진칼, 반도건설 지분 3.28% 처분명령 요청…지분 판도에 변화?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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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공시가 허위로 결론날 경우 지분율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3자 주주연합 측이 확보한 지분은 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 전 부사장 6.49% 등 총 32.06%이었으나 3.2%가 줄어들 여지가 발생한 것이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조 회장(지분율 6.52%),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00%) 등이 보유한 32.45%로 추산된다. 지분 3.8%를 보유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는 의결권 행사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나 조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조 회장의 우군으로 간주되던 카카오는 한진칼 지분을 일부 처분하면서 지분을 1% 미만으로 낮췄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2.9%)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소액주주의 표심에 한층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한 만큼 이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정기 주총을 앞두고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올 들어 꾸준히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선 만큼 27일 정기 주총 이후에도 양측의 분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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