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대 운구에 조포 발사…지지자 몰려 눈물
이집트를 30년간 철권통치하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91)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26일(현지시간) 카이로 외곽 모시르 탄타위 모스크에서 치러졌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무바라크의 장례식은 군장(軍裝)의 예를 모두 갖춘 군인장으로 엄수됐다.

군 의장대가 마차로 관에 담긴 그의 시신을 운구했고 조포가 발사됐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장례식에 참석했으며 국영방송은 식 전체를 생중계했다.

그는 카이로에 있는 가족묘에 안장됐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장례식장 밖에는 무바라크의 지지자 수십명이 몰려 그의 사진과 이집트 국기를 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AP통신은 그의 장례가 군인장으로 치러진 것은 무바라크의 대통령 집권 시기보다는 그가 존경받던 군인 시절의 업적을 부각하려는 현 정부의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이집트 정부는 25일 그가 사망하자 사흘간 추모 기간을 선포했고, 국영방송은 26일 그의 과거 모습을 담은 기록 필름을 편집해 업적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무바라크는 젊은 군인 시절에는 이스라엘과 맞서 싸운 전쟁 영웅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41세 때인 1969년 공군참모총장에 올라 이스라엘과 맞붙은 제3차 중동전쟁에서 참패한 이집트 공군을 재건했고 1973년 4차 중동전쟁에서는 초기에 이스라엘을 압도하기도 했다.

이런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안와르 사다트 정부의 부통령, 집권 국민민주당 부의장에 선출돼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하다 사다트가 암살되자 1981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러나 대통령 무바라크는 '20세기의 파라오'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칭이 붙을 만큼 독재적이었다.

반대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하고 부패와 민생고가 만연했다.

급기야 차남 가말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권력 세습을 도모하다 2011년 2월 아랍의 봄 봉기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그해 4월 체포된 무바라크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시민 850명을 살해한 책임으로 종신형을 받아 단죄되는 듯했다.

아랍의 봄의 결실로 2012년 실시된 대선에서 무함마드 무르시가 당선됐으나 1년 뒤 군 출신인 엘시시가 쿠데타를 일으켰고, 무바라크는 2017년 무죄 석방됐다.

민의에 따라 30년 철권통치에서 퇴진한 뒤 말년이 순탄치 않았지만 장례식에서 그의 삶이 '전쟁 영웅'으로 명예롭게 규정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집트 시민이 아랍의 봄에 흘린 피는 퇴색하고 말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