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혼다 클래식 승부처 '곰 덫' 얼마나 어렵길래…
28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 클래식은 2007년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골프클럽 챔피언스 코스(파70)에서 열리고 있다.

PGA 내셔널 골프클럽 챔피언스 코스 15∼17번 홀은 '곰 덫'(Bear Trap)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었다.

줄줄이 붙어 있는 난도 높은 홀 3개에 별명을 붙이는 건 PGA투어에서 드물지 않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1∼13번 홀은 '아멘 코너'로 불리고, 발스파 챔피언십 개최지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의 16∼18번 홀은 '뱀 구덩이'(Snake Pit)라는 섬뜩한 별칭이 붙었다.

웰스파고 챔피언십을 여는 퀘일할로 골프클럽 16∼18번 홀 별명은 '사형장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뜻인 '그린 마일'(Green Mile)이다.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 15∼17번홀이 '곰 덫'이 된 것은 별명이 '황금곰'(Golden Bear)인 잭 니클라우스가 이 코스를 재설계한 데서 비롯됐다.

니클라우스는 15∼17번 홀이 승부처가 되도록 설계했다.

그는 "15∼17번 홀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고 말했다.

179야드짜리 파 3홀인 15번 홀과 434야드짜리 파 4홀인 16번 홀, 그리고 175야드의 파 3홀인 17번 홀은 전장은 평범하다.

그러나 이 3개 홀에서는 샷을 할 때마다 사방에 도사린 워터해저드를 피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볼은 물에 빠지기에 선수들의 극도의 압박감을 받는다.

특히 우승 경쟁을 벌이는 선수라면 긴장감은 더하다.

이 대회 중계를 맡은 골프채널이 뽑아낸 통계는 '곰 덫'에서 선수들이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이 대회 출전한 선수들은 '곰 덫'에서만 3천629오버파를 적어냈다.

그런데 나머지 15개 홀에서는 4천934오버파를 쳤다.

'곰 덫'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혼다 클래식은 2007년부터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에서 열렸다.

2007년 이후 이곳에서 한 번이라도 경기를 한 543명의 선수 가운데 76%인 415명은 1개 이상 볼을 물에 빠트렸다.

지금까지 15번 홀에서 물에 빠진 티샷은 666번, 17번 홀에서는 455번이다.

개빈 콜스(미국)는 2007년 대회 3라운드 때 15번 홀에서 무려 4개의 볼을 연달아 워터해저드로 날렸다.

그는 이 홀에서만 웬만한 전문가도 좀체 들어보기 힘든 옥튜플보기를 적어내며 8타를 잃었다.

라이언 파머(미국)는 모두 16개의 볼을 '곰 덫'에서 잃어버렸다.

그는 이곳에서 통산 33오버파를 기록했다.

선수들 평균 27오버파보다 6타를 더 쳤다.

지미 워커(미국)는 13개의 볼을 물에 집어넣어 2위에 올라있다.

15∼17번홀에서 4라운드 내내 보기 없는 경기를 치른 선수는 54명 밖에 없다.

이곳에서 이상하게 잘 친 선수도 더러 있다.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그래임 맥다월(북아일랜드)는 '곰 덫'에서 보기 없는 라운드를 세 번씩이나 했다.

러셀 녹스(스코틀랜드)와 애덤 해드윈(캐나다)는 이곳에서 통산 6언더파를 쳤다.

'곰 덫'에서 통산 스코어를 언더파로 유지한 선수는 543명 가운데 6.4%에 불과한 35명뿐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파 3홀이 2개가 있는데도 '곰 덫'에서 나온 홀인원은 지금까지 두 번뿐이다.

2017년 1라운드 때 스콧 스톨링스(미국)가 15번 홀에서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고, 4라운드에서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가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17번 홀 홀인원은 아무도 못 해봤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2016년 챔피언 애덤 스콧(호주)이 연출했다.

그는 2016년 대회 3라운드에서 15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우승했다.

올해 '곰 덫'은 어떤 드라마를 쓸지 관심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