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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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능력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최대 1000배 더 강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치료제 후보 물질인 '렘데시비르'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에 착수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톈진 소재 난카이대학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능력이 사스보다 월등히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사스 바이러스에는 없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능력이 사스보다 최소 100배에서 최대 100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특징은 코로나19의 감염 경로가 사스와 중대하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며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게 된 이유를 알게 해줄 단서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됐을 때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 방식이 유전자 구조가 약 80% 유사한 사스와 비슷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사스보다 훨씬 더 빨리 퍼져나가면서 오히려 에볼라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유사한 특징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길리어드는 이날 "코로나19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의 효능과 안전성 연구를 위한 2건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임상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와 그외 코로나19 진단 사례가 많은 국가의 의료기관에서 1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렘데시비르는 당초 에볼라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 과학기술부가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히면서 제조사인 길리어드가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렘데시비르와 같이 다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던 약품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증언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도 그중 하나다. 지난 25일에는 프랑스 마르세유 소재 지중해질병연구센터 소장인 디디에 라울 교수가 유튜브 비디오를 통해 "연구 결과 클로로퀸을 하루에 500㎎ 정도 복용하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