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대북라인 교체로 공백 우려…비건은 부장관 승진으로 바빠져
북한은 문책성 인사로 대미라인 정비…그래도 소득 없자 외무상 바꿔
[하노이 노딜 1년] 북미대화 주역들, 협상장 떠나 '새로운 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담판이 소득 없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협상을 이끈 주역들마저 뿔뿔이 흩어졌다.

북미가 다시 대화 테이블에서 만나더라도 익숙한 얼굴이 없는 상태에서 협상 진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대북 업무를 담당했던 핵심 인사들이 다른 자리로 줄줄이 옮겼다.

가장 큰 변화는 대북 실무를 총괄하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지난해 12월 국무부 부장관 승진이다.

비건 부장관은 대북특별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 북한 외에 세계 곳곳에 신경 써야 하는 만큼 전처럼 북한 문제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담당 업무가 크게 늘면서 한국 측에서도 이전처럼 비건 부장관과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은 사명감을 갖고 북한과 대화에 전념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그의 관심이 멀어진다면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상원 선거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비건 부장관이 장관 대행을 수행할 가능성은 줄었다.

단 상원 선거 후보 등록 기간은 오는 6월까지로 출마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비건이 부장관으로 승진한 이후 대북 관련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던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11일 유엔 특별 정무차석대사로 승진 발탁됐다.

상원 인준까지 당분간 직을 유지하는 만큼 당장 공석이 되지는 않겠지만, 경험이 없는 후임이 임명될 경우 공백이 우려된다.

비건 부장관을 보좌하며 한반도 업무를 맡아 왔던 마크 램버트 전 국무부 대북특사도 지난달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로 임명돼 중국 견제 역할을 맡게 됐다.

[하노이 노딜 1년] 북미대화 주역들, 협상장 떠나 '새로운 길'로
협상 담당자들이 달라진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
하노이 회담은 물론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회담 당시 '협상 사령탑' 역할을 하며 대미 외교를 총괄해 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장금철에게 넘겼다.

김 부위원장은 통전부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직책을 유지하며 대미 담화를 내기도 했지만, 협상 주도권을 외무성에 넘기고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비건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했던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도 하노이 이후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에게 수석대표 자리를 내준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은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외교 양대 축인 외무상과 노동당 국제부장을 전격 물갈이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미 외교 전면에 나섰던 정통 외교관 출신의 리용호 외무상은 대남 인물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 바뀌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외교브레인 역할을 해온 리수용 담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김형준 전 러시아 대사로 전격 교체됐다.

하노이 이후 외무성 중심으로 대미 라인을 재편하고 '연말 시한'까지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미국을 압박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갈지자' 인사를 단행하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존 협상 주역 중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만 남은 정도다.

북한은 실무 담당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중요하고 미국도 아직 비건 부장관이 있지만, 양국 간 대화가 오랫동안 표류하는 상황에서 잦은 인사 교체는 향후 북미 대화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 대해 학습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무부 담당자들이 다른 데로 간 것은 좋지 않다"면서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남은 곳이 지금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노이 노딜 1년] 북미대화 주역들, 협상장 떠나 '새로운 길'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