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승전보로 미소를 짓는 기업이 있다. 영화 제작사도 투자사도 아닌 애플이다. 봉준호 감독(사진)이 영화 제작 작업을 할 때 애플의 아이패드를 주로 쓴다는 사실이 알려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봉 감독의 별명은 봉준호와 디테일(detail)을 합친 ‘봉테일’이다. 그만큼 꼼꼼하게 준비한다는 의미다. 디테일의 원천은 봉 감독의 스토리보드에 있다. 대학 시절 학보에 만평을 연재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만화광’인 봉 감독은 스토리보드를 만화 형태로 직접 그린다.

스토리보드는 봉 감독의 모든 구상을 담고 있다. 캐릭터와 집 구조, 매 장면 분위기, 카메라 동선까지 빼곡하다. 기생충의 스토리보드는 공식 책자로도 출간됐다. 봉 감독은 지난 20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 이를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평소 아이패드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도 숙소에서 소파에 누워 아이패드로 확인했다고 한다. 제작 현장에서 스태프·배우와 소통할 때도 아이패드에 저장된 스토리보드를 활용한다.

봉 감독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패드에 대한 집착이 강해 콘티부터 시작해 모든 업무를 이것으로 한다”고 말했다. 영화 ‘옥자’의 돼지 캐릭터도 아이패드로 탄생했고 각본집, 아이디어 메모도 모두 아이패드에 저장돼 있다.

예술가들 사이에서 아이패드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애플의 ‘디테일’한 제품 개발에 있다. 아이패드와 함께 쓰는 전자펜 ‘애플 펜슬’은 블루투스 방식으로 작동한다. 물리적인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블루투스로도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인식이 더 정확하다. 압력 인식도 가능해 누르는 세기에 따라 선의 굵기를 다르게 할 수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