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기준 삼은 1심과 달리 8월 20일 경선 결과 발표로 판단
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검토하면서 대선 이전 옛 한나라당 경선을 통과한 이후부터는 '공무원이 될 자'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준 돈의 성격을 판단하면서 이렇게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팔성 전 회장이 2007년 1월 24일 5천만원, 7월 29일 1억원 등을 시작으로 2011년 2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이 전 대통령에게 22억6천여만원을 뇌물로 제공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 가운데 대통령 취임 전에 받은 금품에 대해서는 사전수뢰죄가 적용됐다.

형법 제129조 2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뇌물을 수수할 경우 사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선거를 앞둔 후보가 '공무원이 될 자'였다고 보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해 왔다.

대통령이 될지는 선거 결과가 나와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1심은 두 번째 뇌물을 받은 7월 29일에는 누구나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을 상당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5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한나라당 경선에서 내내 지지율 1위를 달렸고, 8월 20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12월 대선까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법리상 '공무원이 될 자'는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추면 되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대체로 이런 판단을 유지하되, 구체적인 시점은 약간 늦췄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될 자'라는 판단의 기준 시점으로 2007년 8월 20일 결과가 발표된 한나라당 경선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그를 '대통령 취임의 어느 정도 개연성'을 갖춘 사람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선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이 8만1천84표를 얻어 박근혜 당시 후보와 2천452표(1.5%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선 불복과 탈당 등 정치 경력에 상당한 흠이 될 모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당시 상황에 대해 "경선만 통과하면 대통령이 되는 노마크 찬스"라고 표현했던 점도 1심과 같이 근거로 인정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2007년 7월 29일부터 8월 18일 사이에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4억원은 사전수뢰액에서 제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