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간호사 폭언에 정신과 치료…"피눈물 흘리는 간호사 외면 말아야"
"간호사는 소모품 아닌 사람"…'태움' 피해자가 산재 신청
병원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간호사가 병원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면서 관계당국에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다.

간호사 모임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행동하는 간호사회)는 20일 서울 중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은영 간호사의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2018년 1월 서울의료원에 입사한 황 간호사는 단 두 달 동안 신규 교육을 받고 가장 중증도 높은 환자들의 병동에 배치됐다"며 "선배 간호사들은 '예, 아니요로만 대답해라', ''미쳤냐' 등 폭언을 하며 '태움'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황 간호사는 병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방관했고, 황 간호사는 심각한 자살 충동에 결국 입사 100일을 조금 넘겨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병원인 동부제일병원에서도 황 간호사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선임간호사로부터 '왜 밥값을 못하냐' 등 폭언과 질책을 당해 다시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반복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적응 장애 진단을 받은 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사는 소모품이 아닌 사람"이라며 "황은영 간호사의 산재를 인정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괴로워하는 수많은 간호사를 위해 병원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할 것과 표준화된 신규 간호사 교육제도를 운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황씨는 "두 병원에서 근무하며 심각한 질병이 생겼고, 일상을 지속하지 못하게 돼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한다"며 "셀 수 없는 무임금 추가 노동과 선임의 언어적 폭력으로 피폐해졌다"고 말했다.

황씨는 "죽지 않고 살아 故 박선욱·서지윤 간호사의 억울함을 풀고, 우리 현실을 알리기 위해 산재보상을 신청한다"며 "간호사들이 피눈물 흘리며 죽어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들은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를 방문해 황씨의 산업재해보상 신청서를 접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