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환자, 의사의 권유 2회 거부…의사권유 거부엔 처벌조항無
당국이 공권력 발동해야 강제로 조사·진찰·격리 가능
폐렴증세확인후 당국에 즉각 신고 안한 병원, 법적의무 미이행 논란
[팩트체크] '코로나19' 검사 거부해도 형사처벌 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슈퍼 전파자로 의심되는 대구의 31번 확진자가 증상이 발현된 뒤에도 검사를 받아보자는 의사의 권유를 두 차례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심환자에게 검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대구시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1번 확진자는 교통사고로 입원치료 중이던 지난 8일과 15일 병원 측이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지만 모두 거부한 뒤 종교 집회 등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감염 징후인 폐렴 증상을 보인 환자가 의사의 검사 권유를 거부하고 공공장소를 돌아다닌데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처벌조항이 있었으면 검사를 거부하고 마음껏 돌아다녔겠는가.

검사를 거부하면 처벌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면 31번 확진자와 같은 사례에 적용할 법률상의 강제 규정 또는 처벌 규정은 없을까?
지역사회에 감염 위험을 확산시킨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31번 환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감염이 확인되지 않은 의심환자인 경우에는 의사가 검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은 감염이 확인된 환자 즉 '감염병환자'는 입원 및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지만, 감염이 의심되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은 '감염병의사환자'에 대해선 의사가 검사를 강제할 수 있는 법조항을 두지 않는다.

또 이 법 35조의2가 '누구든지 감염병에 관해 의료인에 대해 의료기관 내원이력 및 진료이력 등 감염 여부 확인에 필요한 사실에 관해 거짓 진술,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31번 환자의 검사 거부행위에 그 규정을 적용할 만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만 할 수 있어 실효성도 크지 않다.

최성호 중앙대 의대 내과학 교수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의심되더라도 현행법으로는 의사가 환자를 강제로 검사할 권한이 없다"면서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의사에게 강제검사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팩트체크] '코로나19' 검사 거부해도 형사처벌 불가?
의사에게는 강제검사 권한이 없지만,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감염병을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해 공권력을 발동하면 강제검사가 가능하다.

감염병예방법 42조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감염병환자 등이 있다고 인정되는 주거시설 등에 들어가 필요한 조사나 진찰을 하게 할 수 있고, 진찰 결과 감염병환자 등으로 인정될 때에는 동행해 치료받게 하거나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 체계상 '감염병환자 등'이라는 문구에는 감염병 의심환자도 포함된다.

의심환자가 조사나 진찰을 거부한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조사나 진찰을 거부한 의심환자에 대해선 보건복지부 장관과 각 지자체장이 경찰의 협조를 얻어 강제로 조사·진찰을 받게 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자택이나 감염병 관리시설에 격리시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강제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팩트체크] '코로나19' 검사 거부해도 형사처벌 불가?
31번 환자가 검사를 거부한 것과 별개로 병원 측이 코로나19 감염의 주요 징후인 폐렴 증세를 확인하고도 이를 즉각적으로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법적 의무 불이행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병원이 제때 신고했다면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강제검사를 통해 31번 환자에 의한 코로나19 지역 전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과 관련한 문제제기다.

감염병예방법 11조는 '감염병환자 등을 진단한 의사는 소속 의료기관의 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보고를 받은 의료기관의 장은 코로나19와 같은 1급 감염병의 경우 즉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하도록 한다.

보고나 신고를 누락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1번 환자가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병원에 이와 같은 감염병 신고 의무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폐렴 증세를 보이는 등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보건당국에 신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의심환자'를 발견한 의료기관에게 신고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는 방향으로 법률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으로 연결된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인 이인재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감염병 환자 등을 진단한 의사'에는 감염병 의심환자를 진단한 결과 감염이 의심되는 징후를 확인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며 "해당 병원이 31번 환자의 폐렴 증세를 확인한 뒤 두 차례나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다는 점에서 신고의무가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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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