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 서명 정족수 일단 충족…선관위 서명부 심사, 총선 뒤 진행할 듯

일본 아베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야기한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에 대해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두 달 간 받은 주민소환 청구 서명서를 18일 보은군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보은군수 퇴진운동본부, 주민 4천672명 서명서 선관위 제출(종합)
보은 지역 시민·사회 단체 등으로 구성된 '보은군수 퇴진 운동본부'는 이날 보은군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소환 운동을 지지하는 군민의 뜻을 하나하나 모아 선관위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빌려 주민소환 대상자인 정 군수에게 이번 주민소환 서명으로 드러난 군민들의 준엄한 명령과 그 뜻을 분명히 전한다"며 "지금의 보은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군민이며, 용기 있게 나서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퇴진 운동본부는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60일간 정 군수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펼쳤다.

정 군수 주민소환 투표를 하려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19세 이상 보은군 인구 2만9천432명 가운데 15%인 4천415명 이상이 서명해야 한다.

또 읍·면별로 적게는 110명에서 많게는 295명까지 최소 서명인 수를 충족해야 한다.

이날 퇴진 운동본부가 선관위에 제출한 서명서는 총 4천672명이 서명한 것으로 일단 서명 정족수를 채웠다.

하지만 서명이 유효한지를 확인하는 서명부 심사가 남아 있어 실제 주민소환 투표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서명부를 접수한 선관위는 주민소환투표 청구 사실을 공표하고, 서명부 심사 등 후속 절차 사무 일정은 오는 20일 위원회의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4·15총선 관련 업무가 바쁜 관계로 구체적인 서명부 심사는 총선 이후에 진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검수 작업 이후에도 서명 정족수 충족에 문제가 없다면 선관위는 이 단체의 청구에 따라 주민소환 투표를 발의하며, 정 군수는 직무가 정지된 채 주민소환 투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면 개표를 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정 군수는 자리를 잃는다.

투·개표 과정에 드는 약 4억3천만원가량의 예산은 전액 보은군이 부담한다.

그간 주민소환 투표 청구 서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법적 행위를 감시·감독하는 데 쓰인 경비 2억7천만원도 군 예산에서 지출됐다.

주민소환법은 주민소환 투표 사무의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정 군수는 지난해 8월 울산에서 열린 보은 이장단 워크숍에서 "위안부 그거 한국만 한 것 아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 때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 군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발언이 본의 아니게 일본을 두둔하는 것으로 비쳐 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쳤다"며 "발언 중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부 내용을 인용한 저의 불찰을 깊게 뉘우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선관위가 이날 주민소환투표 청구 사실을 공표함에 따라 주민소환투표에 관한 사전투표 운동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