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미래통합당 출범식 불참…예정된 잠행? 통합내용 불만?

9일 합당 추진 발표 이후 공식일정 불참…공관위 혁신공천 지켜볼 듯
출범식서 새보수당 '홀대' 불만도…"옥동자가 아니라 산파가 주인공 됐다"

17일 닻을 올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 유승민 의원이 끝내 불참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새로운보수당의 실질적 리더이자 보수재건위원장으로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당대당 통합 논의를 해왔다.

따라서 이번 보수통합의 핵심 당사자이자 상징적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런 그가 이날 보수통합 '잔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자연스럽게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 의원과 황 대표가 이날 행사를 계기로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보수통합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결국 이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유 의원은 지난 9일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한국당과의 신설 합당 추진을 발표하고, 곧장 원외 위원장들에게 합당 추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는 대구로 내려갔다.

이후 당의 공식 일정에 일절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이날 불참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것이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의 설명이다.

새보수당 출신의 한 미래통합당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으실 것 같다는 짐작만 할 뿐"이라며 "새보수당에 속해있던 의원들과도 별다른 소통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총선때까지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어떤 역할을 맡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보수 재건 3원칙을 말했을 때 약속했던 대로 공천권, 지분, 당직에 대한 요구를 일절 하지 않겠다.

3원칙만 지켜라, 제가 원하는 건 이것뿐"이라며 사실상 '모든 것'을 내려놨다.

다만 공천에 대해서는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도로 친이(친이명박)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천, 감동과 신선을 줄 수 있는 공천이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 의원이 미래통합당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모습을 드러낼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새보수당 출신 미래통합당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의 시너지는 유 의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선거 유세를 돕느냐에서 나오지 않겠나"라며 "유 의원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단 하나 '혁신'을 요구했으니 그 부분이 핵심"이라고 했다.

김형오 위원장이 이끄는 공관위가 자신이 주문한 혁신을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에 따라 유 의원의 행보가 달렸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식에 유 의원이 참석해 황 대표와 조우하며 '통합 이벤트'를 벌이는 것이 오히려 섣부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유 의원이 출범식까지 불참한 것은 한국당과의 통합 내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출범식에는 유 의원뿐 아니라 지상욱·하태경 의원도 불참했다.

하 의원은 감기로 불참했다고 설명했고 지 의원은 "책임대표가 갔으니 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전 새보수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출범식이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와 한국당 중심으로 기획되면서 새보수당 출신 인사들이 홀대를 당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의원은 "옥동자가 탄생해서 잔치를 열었는데 옥동자가 아니라 산파가 주인공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의원들의 자리 배치에 대한 의견을 냈는데도 반영이 안 됐다"며 "현장상황이 워낙 복잡했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통합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사전에 좀 더 세심하게 배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