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 공식 사과 요구…당내서도 "당 지도부 정식 사과 필요"
'핵심 지지층 의식해 머뭇거리는 것' 분석…"총선 악영향" 우려
당안팎 비판 수용 못하는 '경직성'도 우려…"오만하게 비쳐선 안돼"
여, 임미리 고발 거센 후폭풍…"사과해야" 목소리엔 '요지부동'(종합)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자당에 비판적인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고발 이후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당 안팎의 비난에 떠밀려 지난 14일 임 교수와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했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사과는 없이 고발만 취하하고, 취하 공지문에서 임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명시했다가 이를 정정한 것을 두고도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안이 자칫 총선을 앞두고 현 정권과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에 불을 붙이는 계기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 교수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민주당은 저와 국민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며 "당연히 지도부의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함에도 공보국 성명 하나로 사태를 종결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으로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하고 이해찬 대표가 나서서 국민과 임 교수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도 지도부 차원의 공식 사과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하고 있다.

지난 14일 최고위에서 다수의 최고위원은 고발 철회뿐 아니라 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임 교수 고발 건이 최고위에 서면안건으로 올라가기는 했으나 다수가 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대표는 '교수들의 글에 왜 정당이 반응하느냐'며 공보라인을 질책했으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게 맞고, 고발 취하를 공지하면서도 실수를 한 게 사실"이라며 "당 지도부가 정식으로 사과하고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당직자도 "국민에게 겸손하면서도 진실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번 건은 조금 과도하게 보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잘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이겠지만 고발을 취하한 만큼 추가로 사과를 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주의했던 측면이 있어 고발을 철회했고 반성적 고려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다"며 "구성원 서로가 쓴소리를 하고 내부적으로 다잡는 계기가 됐다.

비판이나 지적은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고발 취하 입장문을 통해 사실상 사과를 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또 한 번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여, 임미리 고발 거센 후폭풍…"사과해야" 목소리엔 '요지부동'(종합)
민주당의 이 같은 '요지부동'은 핵심 지지층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당 안팎의 비판에도 핵심 지지층의 강한 '조국 수호' 기조로 인해 대응이 늦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당이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머뭇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극단적인 핵심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중도 진보를 다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제로 지역에서 보면 현장 민심은 다르다.

이런 일이 이어지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이 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은 임 교수가 과거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소속으로 서울시의원에 출마하고 안철수 전 의원과 연관된 활동 등을 한 것을 고리 삼아 SNS 등에서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임 교수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당장 새로운보수당은 "실체 없는 '우리'라는 표현으로 자신들이 다수인 것 마냥 선동하며 국민 편 가르기 하는 모습은 공산당과 전체주의자들의 전형적 수법(권성주 대변인)"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진중권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지자들에게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민주당이 표방하는 가치이며, 임 교수를 고발한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팬덤)들의 행위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행위이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에서 기권을 던지고 당내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내온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총선 후보 추가 공모를 받기로 한 것 역시 핵심 지지층을 의식해 금 의원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맞물려 민주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원팀'을 강조한 나머지 당내외의 다양한 목소리를 열린 자세로 수용해내지 못하는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 집권여당이던 17대 열린우리당 시절 각 계파가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서로 갈등하고 분열하던 끝에 정권을 빼앗겼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당내에서 이견이 나오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고, 외부의 비판에 대해 고발이나 제소 등의 강경대응을 서슴지 않는 것은 이런 맥락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적전분열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치느냐는 것"이라며 "다양한 민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는 여당으로서 유연하면서도 낮은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오만하게 비치는 순간 선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