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에 비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산층에 대한 감세 방안의 하나로,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표심도 얻고 증시도 부양하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난 14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산층을 위한 추가 감세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는 9월께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산층 세금을 약 10% 감면하길 원한다”며 “감세 조치를 강화하거나 영구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NBC는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중산층의 주식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간 소득 20만달러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1만달러까지의 주식 투자에 대해선 소득세 등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다. 세제 혜택은 퇴직연금(401k) 계정 밖에서 이뤄진 투자에 적용된다. 이 당국자는 “아직 어떤 방안도 확정하거나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가계의 직접 주식 투자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식을 가진 미국 가정의 비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62%에서 지난해 55%로 떨어졌다.

새 감세안은 중산층의 표심을 잡고, 증시에 활력도 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예비주자들을 ‘사회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자신은 추가 감세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첫해인 2017년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다. 하지만 당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영구 인하함으로써 주요 혜택이 기업과 주주에게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개인소득세 감세는 2025년 시한이 만료돼 다시 세금이 많아진다.

다만 이번 감세가 이뤄지려면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1조달러 규모로 급증한 상태여서 추가 감세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추가 감세안은 트럼프 대통령을 재선시켜야 할 이유일 뿐 아니라 상·하원에서 공화당 의원을 뽑아야 할 이유”라며 감세가 선거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