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현장관서, 민원인 등 의심증상자 접촉에 폐쇄·격리 소동
민원인 해외여행 여부 묻고 발열체크 일상화…의심되면 즉각 이송
현장경찰 '필수장비' 된 체온계…치안현장도 '방역 비상'
"최근 외국에 다녀온 적 있으신가요?"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에 민원인 김모(39)씨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중이라 구모(26) 순경은 김씨에게 해외여행 여부를 물었다.

김씨는 "일주일 전 일본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까지 발생한 일본에 최근 머물렀다는 말에 구 순경은 김씨 허락을 얻어 체온을 재보기로 했다.

지구대 내에 비치된 비접촉식 체온측정기를 김씨의 귀 쪽에 갖다 대자 정상 수준인 36.47도가 나왔다.

김씨는 "지구대에서도 민원인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대민 접촉이 잦은 일선 지구대·파출소 등에서 민원인이나 피의자 등이 코로나19 의심증상을 호소해 해당 관서가 폐쇄되고 경찰관들이 격리되는 일이 최근 잇따르자 각 경찰서가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내 다수 경찰서들은 민원인을 위해 청사 내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체온측정기를 구비해 드나드는 직원이나 민원인들을 상대로 체온을 측정하는 등 예방책을 시행 중이다.

서울경찰청도 체온계 등 필요 물품 구입 지원예산을 최근 각 경찰서에 내려보냈다.

현장경찰 '필수장비' 된 체온계…치안현장도 '방역 비상'
경찰서별로도 각자 경찰관과 민원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강남서는 지난 10일부터 경찰서 북문을 막고 정문과 9개 지구대·파출소, 순찰차 34대에 비접촉식 체온측정기를 지급했다.

경찰서 입구에는 25인용 버스를 대기시켜 놓았다.

고열 등 의심증상을 보이는 민원인이 발견되면 보건당국에 즉시 연락하고,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민원인을 이 버스에 태워 병원으로 옮긴다.

도봉경찰서도 지난 14일 비접촉식 체온계 9개를 추가로 구입해 각 지구대·파출소에 배포했다.

아울러 청사 출입구를 일원화하고, 외부인의 구내식당 출입을 통제하는 등 감염 경로 차단 방안을 마련했다.

조사 대상자가 37.5도 이상 고열을 보이면 조사를 미루고 보건당국과 공조해 의료기관에 이송한다.

경찰서 정문에서 근무하는 의무경찰은 기침 등 의심증상을 보이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민원인, 외국인 등이 경찰서로 들어올 때 체온을 측정한다.

수시로 민원인을 접촉해야 하는 일선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도 현장에 출동할 때 체온계를 휴대한다.

도봉서 방학파출소 2팀장 전모(55) 경위는 "그날 근무팀 팀장이 체온계를 휴대하면서 민원인들의 체온을 재고, 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인계하고 있다"며 "의심 환자뿐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주취자들을 대상으로도 체온을 측정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