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재개발원 1인 1실 격리돼 도시락으로 끼니…SNS·운동·독서 소일
확진자 2명 나오자 한때 긴장…추가 확진자 없어 '안정'
격려 편지·후원물품 쇄도…교민 "응원해 준 국민께 감사"
응원·격려로 고독·긴장 이겨낸 아산 우한교민 격리생활 2주
"국민들의 응원과 격려로 고독과 긴장 이겨내고 설렘안고 떠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1차 전세기로 귀국해 충남 아산 인재개발원에 격리됐던 교민 193명이 15일 각계 응원 속에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31일 우한 텐허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지 2주 만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 우한에서 공포에 떨었던 교민들은 고국 땅에 발을 딛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마지막 검역을 마치고 경찰 버스에 나눠 탄 교민들은 낮 12시 50분께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감염 등 우려로 전날까지 교민 수용을 거세게 반대한 주민들이 이날 오전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차분하게 입소가 시작됐다.

인재개발원 진입로에는 '우한 교민을 환영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교민을 응원하는 주민도 있었다.

교민들은 1인당 방 하나씩을 배정받았다.

물, 휴지, 샴푸, 빗, 손 소독제, 체온계 등 생필품도 전달받았다.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체온을 비롯한 임상 증상을 기록지에 적었다.

끼니는 모두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방 앞까지 도시락을 배달하면 교민이 가져다 식사하고, 폐기물은 밀봉해 문 앞에 놔두면 처리반이 수거했다.

응원·격려로 고독·긴장 이겨낸 아산 우한교민 격리생활 2주
다소 고독할 수 있는 격리기간 교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지인과 소식을 주고받거나 간단한 운동, 독서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됐다"는 교민도 있었다.

교민들은 방 문에 포스트잇 편지를 붙여 함께 격리된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입소 사흘째인 지난 2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생활 중인 교민(28)이 13번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는 일도 있었다.

닷새 뒤에는 13번 환자의 직장 동료(28)가 24번 환자가 되면서 입소 교민들 사이에 한때 긴장감이 돌았다.

이후 더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곧 안정을 되찾았다.

퇴소 이틀 전 진행된 검사에서 아산 격리 교민 193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전원이 건강한 모습으로 귀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사이 교민과 아산 시민에게는 각계의 온정이 쏟아졌다.

교민에게 제공된 배즙을 납품한 농장주는 응원과 환대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냈고, 어린이가 고사리손으로 꾹꾹 눌러 쓴 응원 편지도 도착했다.

응원·격려로 고독·긴장 이겨낸 아산 우한교민 격리생활 2주
가수 홍진영이 경찰인재개발원 등에 마스크 5천개를 기부하고 서울시는 아산과 진천에 각각 1억원의 긴급 구호자금을 지원했다.

올림픽응원단 '레드엔젤' 홍보대사 배우 김보성과 응원단장 박용식씨도 아산을 찾아 마스크 3천300개와 홍삼드링크 2천여캔을 전달했다.

우한 교민과 아산 시민을 위해 써달라며 개인·단체·기업 등이 보내온 후원 물품은 143건에 금액은 12억3천만원에 달했다.

한 교민은 "품어주신 주민, 응원해 준 국민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진영 행정안정부 장관, 양승조 충남지사와 주민들의 격려를 받으며 15일 오전 수송 버스를 타고 아산을 떠났다.

교민들은 서울, 대구·영남, 충북·대전·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거점으로 이동한 뒤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과 함께 거주지로 돌아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