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넘게 들여 공사했더니 철거 명령…"고통 말 못 해"
그린벨트에 카페 허가했다가 철거 요구한 구청, 소송 패소
인천시 서구 시천동에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이모(59)씨는 2017년 10월 서구청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공문을 받았다.

구청에 정상적으로 영업 신고를 하고 딸이 운영하던 2층 카페를 갑자기 철거하고 원상으로 복구하라는 공문이 온 것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있는 건물 2층이 본래 용도인 사무소에서 일반음식점으로 불법으로 용도가 변경됐다는 이유였다.

이씨의 딸은 공문이 오기 2개월 전인 2017년 8월 해당 건물 2층에서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겠다고 구청에 신고하고 정상적으로 영업신고증도 받았다.

영업 신고를 하기 전에는 구청을 방문해 담당 공무원에게 해당 건물 2층에서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는 것이 관련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씨의 딸은 카페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소방 관련 법령 등에 따른 소방설비를 설치했다.

또 1억4천5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3천630만원을 들여 전기공사를 했다.

가게 냉장고와 가구류 구매 등에 4천748만원을 썼다.

어머니 이씨와도 건물 2층에 대한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서구청은 이씨와 법적 분쟁을 벌이던 한 민원인이 카페는 개발제한구역 내 건물 용도와 맞지 않아 영업 신고를 취소해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씨가 "구청에 관련 부서와 협의해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영업신고서를 정상적으로 수리받았다"며 구청에 진정서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는 구청에 건축 용도 변경을 신청했으나 개발제한구역법상 행위허가(용도변경)를 받아야 한다며 이마저도 불허됐다.

결국 2018년 2월 카페를 철거하고 원상회복하라는 시정명령이 나왔다.

이에 이씨는 서구청을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최근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1심은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2심에서는 "(이씨의 딸이) 공적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시설 등을 설치한 후 영업행위를 했다"며 "이를 더는 하지 못하게 침해한 것은 신뢰 보호의 원칙에 반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서구청은 대법원에 상고 했으나 대법원도 최근 해당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씨는 "이제라도 승소 판결이 나와 다행이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6개월 동안 고통받았던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호소했다.

김미연 서구의회 의원은 "서구청이 주민에게 시설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강제이행금 부과, 수없이 많은 공문 발송, 직접적인 방문 등으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주는 비극이 일어났다"며 "주민과 제대로 대화도 하지 않아 불필요하게 많은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