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성인문해교실 첫 졸업식…주름진 손으로 졸업장 받고 '글썽'
"한글 배운 뒤 하늘나라 엄마께 가장 먼저 사랑의 편지 썼어요"
"나 아장아장 걸었을 때 예쁜 이불을 덮어주시던 엄마가 치매 판정을 받았다.

종일 이불만 뜯는 치매다.

어머니, 하늘나라에서는 이불을 뜯지 마세요.

한글을 배우니 엄마에게 제일 먼저 사랑의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엄마…"
김복순 할머니는 뒤늦게 한글을 깨친 뒤 가장 먼저 하늘나라의 어머니께 사랑의 편지를 썼다.

얼굴에 주름 가득한 동기들과 함께 성인 문해교실에 모여 부지런히 한글을 배웠다.

배움의 열정에 나이는 발목을 붙들지 못했다.

어느덧 2년이 흘러 12일 강원 춘천교육문화관에서 제1회 졸업식이 열렸다.

동기 13명과 함께 예쁜 학사모를 썼다.

김복순 할머니는 졸업생을 대표해 시를 낭송했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처음으로 쓴 편지였다.

끝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저마다 배움이 늦게 된 사연을 품은 동기들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자녀를 임신한 채 남편을 떠나보낸 뒤 억척스러운 삶을 헤쳐온 사연, 어려운 가정 형편에 일찍 식모살이를 한 인생, 피난길에 아버지를 여의고 동생들을 건사해야만 했던 삶 등을 간직한 졸업생들은 함께 울었다.

"한글 배운 뒤 하늘나라 엄마께 가장 먼저 사랑의 편지 썼어요"
이날 졸업생 14명 모두는 졸업장과 함께 초등학력 인정서를 받았다.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한 어르신들이 2년 동안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교육을 마친 것을 교육부가 인정한 것이다.

졸업생들은 주름진 손으로 난생처음 졸업장을 받은 뒤 감격의 눈물을, 또는 미소를 지었다.

자녀와 손자들도 한아름 꽃다발을 안기며 함께 축하했다.

최고령 졸업생 이영애(81)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피난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 셋을 돌보느라 배울 때를 놓쳤다"며 "자녀가 자랄 때 (공부를) 못 도와줬는데 이제 간판을 읽을 수 있고, 교회 가서 성경책도 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몇몇 졸업생은 내친김에 중학교 과정까지 밟고자 하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봉훈 춘천교육문화관장은 "어르신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오늘이 또 다른 시작이 돼 다시 한번 배움의 열정을 지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글 배운 뒤 하늘나라 엄마께 가장 먼저 사랑의 편지 썼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