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기생충·BTS, 서구 주류문화 풍경 어떻게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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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영화·노래로 보편적 공감…"개별적 활약 가까워" 시각도
"오스카 무대에 올라 작품상 수상을 축하하는 아시아인들이라니 얼마나 놀랍도록 아름다운 장면인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원작소설 작가 케빈 콴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장면을 SNS에 올리며 쓴 소감이다.
이렇듯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영미권 지배력이 강한 주류 서구 문화 풍경을 여러모로 바꿔놨다.
한국어로 된 영화가 아카데미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받고, 감독과 제작자가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상징적 순간은 음악계에서도 벌어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한국어로 노래한 앨범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려놨고, K팝 가수로선 처음으로 올해 그래미 무대에 섰다.
세계 문화시장 주변부에서 출발한 한국 문화가 최근 잇따라 세계적 성취를 올리면서 한계를 넓혔다.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각각 영화와 음악으로 영역도 다르고 우연히 시점이 맞물린 측면도 있지만, 서구 전유물로 인식된 아카데미나 그래미 벽을 한국 대중문화인들이 나란히 깨나가는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온전히 한국어로 된 콘텐츠로 거둔 성취라는 점이다.
봉준호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는 수상소감을 남겨 널리 회자했다.
방탄소년단도 한국어 노래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히곤 했다.
리더 RM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1등을 하기 위해 우리의 정체성이나 진실성을 바꾸고 싶지 않다.
우리가 갑자기 영어로만 노래하고 모든 걸 다 바꾼다면 그건 방탄소년단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들이 언어 장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한국의 특수한 현실에서 현시대가 공감하는 보편적 주제 의식을 끌어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이라는 한국적 현실로부터 인류 보편적 주제인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문제를 풀어냈다.
한국 청소년들의 현실을 노래하는 데서 출발한 방탄소년단은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로 전 세계 젊은이들과 공명했다.
이런 보편적 주제 의식은 국경이 사라진 콘텐츠 플랫폼에서 '글로벌 대중'을 만나 호소력을 갖게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가라는 경계가 상당 부분 깨지고 있다.
국적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대중이 등장하는 것"이라며 "언어를 뛰어넘어 문화를 다양하게 이해하고 싶어하는 글로벌한 욕망이 있기 때문에 장벽이 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에 대해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항상 '로컬'을 하면서도 '글로벌'을 지향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외 시장 트렌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우리 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물론 기생충과 방탄소년단 성공을 가지고 한국문화 전체가 세계시장 심장부에 안착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민재 대중문화평론가는 "큰 상징성이나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개별적 활약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직 주류 시장에서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낯설고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보수 성향 '블레이즈TV' 진행자 존 밀러는 트위터에 "봉준호라는 사람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1917'을 제치고 각본상을 받았다"며 봉 감독의 한국어 수상소감을 거론한 뒤 "이 사람들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영국 방송 진행자인 피어스 모건은 '기생충' 수상에 대해 "이제 아카데미는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상을 수상하고 한국인들이 무대에 올라 의기양양하게 축하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자 봐라, 다양성이다'라고 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생충이나 방탄소년단의 성취가 더 많은 성공 사례로 이어진다면 세계시장의 서구 중심성을 깨고 문화적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연합뉴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원작소설 작가 케빈 콴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장면을 SNS에 올리며 쓴 소감이다.
이렇듯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영미권 지배력이 강한 주류 서구 문화 풍경을 여러모로 바꿔놨다.
한국어로 된 영화가 아카데미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받고, 감독과 제작자가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상징적 순간은 음악계에서도 벌어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한국어로 노래한 앨범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려놨고, K팝 가수로선 처음으로 올해 그래미 무대에 섰다.
세계 문화시장 주변부에서 출발한 한국 문화가 최근 잇따라 세계적 성취를 올리면서 한계를 넓혔다.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각각 영화와 음악으로 영역도 다르고 우연히 시점이 맞물린 측면도 있지만, 서구 전유물로 인식된 아카데미나 그래미 벽을 한국 대중문화인들이 나란히 깨나가는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봉준호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는 수상소감을 남겨 널리 회자했다.
방탄소년단도 한국어 노래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히곤 했다.
리더 RM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1등을 하기 위해 우리의 정체성이나 진실성을 바꾸고 싶지 않다.
우리가 갑자기 영어로만 노래하고 모든 걸 다 바꾼다면 그건 방탄소년단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들이 언어 장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한국의 특수한 현실에서 현시대가 공감하는 보편적 주제 의식을 끌어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이라는 한국적 현실로부터 인류 보편적 주제인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문제를 풀어냈다.
한국 청소년들의 현실을 노래하는 데서 출발한 방탄소년단은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로 전 세계 젊은이들과 공명했다.
이런 보편적 주제 의식은 국경이 사라진 콘텐츠 플랫폼에서 '글로벌 대중'을 만나 호소력을 갖게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가라는 경계가 상당 부분 깨지고 있다.
국적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대중이 등장하는 것"이라며 "언어를 뛰어넘어 문화를 다양하게 이해하고 싶어하는 글로벌한 욕망이 있기 때문에 장벽이 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에 대해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항상 '로컬'을 하면서도 '글로벌'을 지향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외 시장 트렌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우리 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민재 대중문화평론가는 "큰 상징성이나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개별적 활약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직 주류 시장에서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낯설고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보수 성향 '블레이즈TV' 진행자 존 밀러는 트위터에 "봉준호라는 사람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1917'을 제치고 각본상을 받았다"며 봉 감독의 한국어 수상소감을 거론한 뒤 "이 사람들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영국 방송 진행자인 피어스 모건은 '기생충' 수상에 대해 "이제 아카데미는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상을 수상하고 한국인들이 무대에 올라 의기양양하게 축하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자 봐라, 다양성이다'라고 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생충이나 방탄소년단의 성취가 더 많은 성공 사례로 이어진다면 세계시장의 서구 중심성을 깨고 문화적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