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7·19번 참가한 행사…말레이·영국·프랑스·스페인서도 감염
싱가포르 행사 다녀온 '영국 3번환자', 佛 스키리조트서 7명에 옮겨
"신종코로나 우려에 싱가포르·일본 여행 취소하는 사람 늘어"
신종코로나 소굴된 싱가포르 콘퍼런스…"슈퍼 전파자 우려"
(서울=연합뉴) 하채림 기자 = 한국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 환자 2명이 참석한 '싱가포르 콘퍼런스'를 통해 유럽 3개국에도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 행사가 열린 싱가포르의 고급 호텔이 졸지에 신종코로나의 국제적 확산의 온상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9일(중부유럽 현지시간) 프랑스와 스페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프랑스 동부 레콩타민몽주아 스키 리조트에서 옮은 것으로 추정되는 신종코로나 추가 확진자가 영국과 스페인령 마요르카에서 각각 1명씩 확인됐다.
이들 2명은 같은 리조트에 머물렀다가 전날 신종코로나로 확진된 5명(9세 아동 1명 포함)과 마찬가지로 영국인이다.
이들의 감염 경로를 추적하니 모두 지난 달 싱가포르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행사에 참석한 영국인 중년 남성이 전파자로 지목됐다.
영국의 '3번 환자'에 해당하는 이 남성은 지난달 22일 이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행사에서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영국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앞서 프랑스 당국은 알프스 스키 리조트에 체류하던 영국인 5명이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는데, 이들 5명은 리조트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이 '영국인 3번 환자'로부터 병이 옮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영국인 '3번 환자'에 해당하는 이 남성으로부터 옮은 유럽 내 확진자는 현재까지 7명으로 증가했다.
영국 3번 환자는 싱가포르 행사에 이어 프랑스 스키 리조트에서 나흘간 머무르다 영국으로 귀국했으며 이달 2일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신종코로나 소굴된 싱가포르 콘퍼런스…"슈퍼 전파자 우려"
한국의 17·19번 환자도 싱가포르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동일한 행사에 참석한 후 감염됐다.
영국의 가스 분석기기업체 세르보멕스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회사의 싱가포르 지사 직원 15명을 포함해 각국에서 총 109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일 한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싱가포르 비즈니스 콘퍼런스에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서 온 참석자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한국인 참석자와 동석해 뷔페식을 먹은 말레이시아인 41세 참석자도 신종코로나에 감염됐으며, 귀국 후 가족에게 '2차 감염'을 일으켰다.
신종코로나 소굴된 싱가포르 콘퍼런스…"슈퍼 전파자 우려"
싱가포르 호텔 콘퍼런스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나라는 한국, 말레이시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현재까지 5개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싱가포르 호텔 행사로 아시아 국가에 이어 유럽 3개국에서도 환자가 나왔다며 '슈퍼 전파자'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싱가포르 호텔 감염'에 따른 지역사회 확산 징후는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WHO 유럽본부의 언론 담당자 올리비아 로이 데이비스는 "현재까지 취합된 정보를 근거로 볼 때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났다는 증거는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WHO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접촉자 격리·검사, 학교 휴업 등 추가 감염 차단 조처에 나섰다.
프랑스 보건당국 관계자는 7명이 감염된 스키 리조트를 방문해 감염 위험이 매우 낮다고 강조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면 된다고 주민과 휴가객을 달랬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많이 나오면서 두 나라 여행을 기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SCMP는 "일본과 싱가포르는 위생과 안전으로 이름이 높던 국가들이지만, 최근 두 나라에서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늘면서 이러한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며 "당초 두 나라로 여행을 계획했다가 항공권·호텔 예약 취소와 환불을 원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싱가포르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43명이며, 특히 이 가운데 22명이 싱가포르 내에서 발생한 '현지 전염' 사례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7일 보건경보 상황을 기존 '옐로우'에서 '오렌지' 등급으로 한 단계 올렸다.
tre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