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편에 선 카카오가 최근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주총 이후를 염두에 둔 지분 확대라는 분석이다. 카카오와 국민연금은 지분율이 5% 미만이어서 공시 의무는 없지만, 한진그룹 경영권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이들의 정확한 보유 지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진 경영권 분쟁' 캐스팅보트 쥔 두 곳, 지분율 '스무고개'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주식 40만 주가량을 시장에서 매입했다.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6일까지 지분 1%를 산 데 이어 이후에도 추가로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율은 2%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3월 주총 이후에도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정점으로 한 KCGI(강성부 펀드)·반도건설 등 ‘3자동맹’ 간의 지분율 차는 2%포인트가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카카오가 지분율을 높이면 조 회장 입지도 그만큼 단단해질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월 주총에 의결권이 없음에도 카카오가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샀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했다.

카카오를 조 회장 편으로 분류하는 건 조 회장이 그룹의 핵심 회사인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지난해 12월 카카오와 대한항공이 사업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협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진칼은 지난 7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휴 등 국내외 사업파트와 협력 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율에도 관심이 높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까지 한진칼 보유 지분율이 7.34%에서 4.11%로 낮아졌다고 공시했다. 이후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율을 3.45%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이후에도 주식을 계속 팔아 지분율을 2%대로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한다. 한진그룹과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분율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