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로 '집콕' 아이들…층간소음 민원도 늘어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경찰 부를 거예요.

"
지난 6일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주민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유행한 이후 하루 한두 건씩 층간소음으로 인한 항의가 들어오고 있다.

그전에는 층간소음 문제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층간소음 문제로 경찰차가 오가는 일까지 몇차례 벌어지자 관리사무소에서는 매일 "이웃 간에 배려해달라"는 방송을 하고 있다.

보통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늦은 오후에 발생하지만 최근엔 오후 3~4시에도 "윗집 아이들이 쿵쿵거리고 뛰어다닌다"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호수로 전화를 걸어 '혹시 아이들이 지금 뛰지 않냐'고 하면 '미안합니다.

조용히 시키겠습니다'고 한다"며 "신종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밖에 잘 나가지 못하니 더 예민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신종코로나 유행 후 외출을 삼가고 집에만 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만 있게 하면서 층간소음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층간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서울의 한 지역 맘카페에는 "윗집에 아이가 세 명 있는데 신종코로나 때문에 유치원을 안 보내고 집에만 있도록 하다 보니 계속 쿵쾅거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며 "윗집에 쪽지를 보내고 경비실을 통해 몇 번을 얘기해도 '아이들이니 이해해달라'는 답변뿐"이라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노원구에 사는 한 주부는 "신종코로나 때문인지 없던 층간소음이 생겼다"며 "윗집 아이들이 바깥 활동을 못 해서 그런지 오후 11시까지 쿵쾅거린다.

계속 들리니 힘들다"고 했다.

회사원 정의성(33)씨는 "며칠 전 처가에 갔는데 장인어른이 '요즘은 집에만 있다 보니 윗집 소음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고 하시더라"며 "사람들이 밖에 마음대로 나가지 못해 예민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집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면서 의도치 않게 층간소음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

한 육아 쇼핑 커뮤니티에는 지난 6일 "이사 온 지 한 달이 됐는데 최근에 아랫집 신혼부부가 우리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며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5살 아이가 자꾸 뛰어다녀서 그런 것 같다"며 난감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부는 "신종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아이들 데리고 밖에서 많이 활동했는데 요즘은 집에만 있다 보니 아랫집에서 민원을 많이 넣는다"며 "못 나가는 것도 답답한데 층간소음 가해자까지 되니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종코로나라는 비상사태에 국민들이 모두 예민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서로에 대한 관용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집안에서는 부모들이 잘 통제해야 하고, 이웃끼리 상대방을 더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