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술자리 뒤 친구 집으로 끌고 와 몸싸움 끝에 살해
검찰 "'경찰관 친구 살해' 30대, 스트레스·분노 겹쳐 범행"
지난해 12월 친구 사이인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남성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와 분노 등이 갑자기 치밀어 오르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10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라면 항공사 승무원 A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서울 강서구 자신의 집에서 서울 한 지구대 소속인 B씨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해 그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와 대학 동기로, 2018년 12월 B씨가 결혼할 당시 A씨가 결혼식 사회를 봤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A씨는 지난해 다른 범죄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고소 사건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미국 비자 등을 받을 수 없어 더는 승무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될 것이 두려웠고, 이로 인해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평소 즐겨 마시던 술도 고소 사건이 진행 중이던 때에는 3달가량 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런 처지의 A씨가 조사를 받을 당시 수시로 조언을 해줬고, A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20일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씨가 B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러 가진 만남이 바로 지난해 12월 13일의 술자리였다.

A씨는 이날 오후 7시 20분께부터 약 6시간 동안 3차에 걸쳐 B씨와 함께 영등포구와 강서구 일대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14일 오전 1시 20분께 술자리가 끝나자 A씨는 B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려 했고, 술에 취한 B씨는 "저리 가라"며 A씨의 집에 같이 가는 것을 거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B씨의 몸을 끌어당겨 억지로 같이 택시에 탄 뒤 자신의 집에 끌고 들어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B씨는 오전 2시께 A씨의 집에 끌려온 뒤에도 계속 그곳에서 잠들기를 거부하며 귀가하려 했으며, A씨는 전에 배웠던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팔과 다리로 B씨의 몸을 누르며 제압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A씨는 술자리에서 집으로 오는 도중 벌어진 C씨와의 실랑이 때문에 쌓였던 분노, 고소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쌓였던 스트레스, 내면에 숨겨왔던 폭력적인 성향 등이 겹치면서 감정이 폭발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이런 감정 상태로 A씨는 B씨를 숨지게 하기로 마음 먹고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내리치고 머리를 붙잡은 채 얼굴을 바닥에 내려찍은 뒤 방치해 결국 과다출혈과 질식 등으로 B씨를 숨지게 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허인석 부장검사)는 지난달 10일 A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A씨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11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