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인들에게 아카데미는 우리와 무관한 줄로만 알려졌고, 도저히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져왔다. 그런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이 처음 후보에 오르자마자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한국 영화도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소득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 영화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한꺼번에 보상하는 듯하다.
돌이켜 보면 한국 영화는 영화시장의 문호를 열면 열수록 경쟁력이 커졌다. 2006년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가 축소(연간 146일→73일)되자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에 조종(弔鐘)이 울렸다”고 탄식했지만 오히려 그때가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었다. 인재와 자본이 ‘한국의 할리우드’인 충무로로 몰려들면서 ‘1000만 영화’가 속출하고,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 아카데미 수상은 봉준호라는 한 천재뿐 아니라 영화계 전체의 성과이기도 하다.
101년 한국 영화사는 ‘기생충’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됐다. ‘기생충’의 성취를 기폭제 삼아 더욱 차원 높은 ‘한류 4.0’ 시대를 열어갈 때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드라마로 출발한 ‘한류 1.0’, 2000년대 중·후반 드라마 K팝 게임 등이 동남아 중동 남미까지 확장된 ‘한류 2.0’, 2010년대 다양한 장르에서 글로벌 히트작이 쏟아진 ‘한류 3.0’을 넘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세계 톱클래스로 올려놓는다면 문화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진정한 국가의 품격은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