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면담, '무언의 압박' 해석…지도부, 정봉주에 "국민 눈높이" 강조

이른바 '정봉주 리스크'로 인한 더불어민주당의 속앓이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에 휩싸였던 정봉주 전 의원이 4·15 총선 출마 방침을 접어주길 바라고 있지만, 정 전 의원은 '억울하다'며 의지를 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제대로 매듭짓지 않으면 상대 당에 불필요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선거 구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 지도부의 표정에서 읽힌다.

이해찬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정 전 의원을 직접 만났다.

공천관리위원회의 후보자격 심사 재보류 직후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정 전 의원의 '결단'을 종용하기 위한 만남이 아니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당 지도부는 국민 정서 및 총선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미투' 및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선 '무관용' 입장을 세우고, 정 전 의원의 경우도 사실상 출마가 어렵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원에게 당의 분위기를 설명하며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의 심사보류는) 김의겸 전 대변인처럼 본인에게 결단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당은 당사자의 명예도 존중하면서 혁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 전 의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전 의원은 이 대표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 이야기는 안 나눴다.

(출마를 접으라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면서 "내가 왜 출마 의사를 접어야 되느냐. 부적격 근거가 없는데"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이 '억울함'을 주장하는 근거는 미투 사건과 관련해 진행 중인 명예훼손·무고 등 혐의에 대한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1심은 정 전 의원의 무고·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나아가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추행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1심이 최종심이 아니며, 2심과 3심에서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당에 미칠 '후폭풍'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영입인재 2호였던 원종건씨의 '미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또다시 이런 논란에 휘말릴 경우 총선 국면에서 야당에 공격 '프레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지도부 사이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전 의원의 거취를 정리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좀 더 명예롭게 정리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고, 다음 공관위 회의 전까지는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공관위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 정봉주 버티기에 속앓이…"미투 리스크 못 안고가" 원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