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경유 한국 관광객, 고열 등으로 검사…의심 환자로는 분류 안돼
지원 위해 병원 찾은 주멕시코 대사관 영사 '도촬'해 의심 환자로 보도
"한국 영사가 신종코로나 의심환자?"…멕시코서 오보 해프닝(종합)
멕시코 언론이 한국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 탓에 멕시코시티 병원이 폐쇄됐다는 '오보'를 내서 당국이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7일(현지시간) 멕시코 일부 언론은 멕시코시티의 한 병원이 폐쇄됐다며 "멕시코시티 공항 직원이 데려온 한 한국인 때문에 병원에 최고 수준 경보가 발령됐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한 동양인 남성이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제보 영상도 함께 내보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도 않은 채였다.

그러나 한국인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도, 병원이 폐쇄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심지어 영상 속 남성은 환자가 아니라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사건담당 영사인 박재일 영사였다.

박 영사가 전한 전모는 이렇다.

전날 멕시코시티 공항에 도착한 서울발 에어로멕시코 항공기에 탄 한 20대 한국 여성 승객이 고열과 안구 충혈 등의 증상을 보인 것이 공항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다.

공항 당국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최종 목적지가 쿠바인 이 여성과 일행 1명을 멕시코시티 병원으로 데려갔고 격리한 채 검사를 진행했다.

다만 이들을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로는 분류하지 않았다.

이들이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우한 등 중국을 최근에 방문한 이력이 없고 단순 호흡기 질환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들은 7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고, 곧바로 퇴원해 최종 목적지인 쿠바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여성의 상태도 좋아졌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멕시코 언론의 '도촬' 영상 속 박 영사는 이들이 병원에 이송된 후 스페인어와 현지 사정에 서툰 이들에게 통역 서비스 등을 지원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길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박 영사가 병원 측의 예방 조치에 따라 방호복을 착용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몰래 찍어 언론에 제보한 것이다.

보도가 나온 후 멕시코시티 보건부도 곧바로 성명을 내고 "한국인 환자가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라는 것도, 병원이 이 때문에 폐쇄됐다는 것도 모두 오보"라고 밝혔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가 나오면 곧바로 공개하고 있다"며 "현재로서 멕시코에 의심 환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 영사는 "멕시코 언론에 내가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정정 보도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틀 동안 병원에 가서 한국 관광객들의 입·퇴원과 검사, 서류 준비, 항공편 좌석 마련 등을 도운 박 영사는 이들이 무사히 공항으로 이동한 후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이 신종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정말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