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 춘향전을 과대·과소평가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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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오수창 교수, 신간서 주장…"조선후기 저항 양상 담은 소설"
춘향전은 조선 후기에 수많은 이본(異本)이 만들어졌고, 현대에도 TV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인기 콘텐츠다.
남원에 사는 기생 춘향이 사또 아들 이도령과 만나 사랑을 나누다 이별하고, 새로 부임한 사또의 수청 명령을 거부했다가 옥살이를 했으나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과 재회한다는 춘향전은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로 널리 회자했다.
춘향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한편에서는 신분제를 허물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수립하려는 의도를 담은 작품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조선의 지배이념을 답습한 소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역사학자인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신간 '춘향전, 역사학자의 토론과 해석'에서 이러한 기존 견해를 모두 부정한다.
남녀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정치적 선언문으로 인식해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춘향전 이본들을 분석해 "춘향전의 본질적 성격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은 등장인물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라며 소설은 소설로서만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춘향전을 평가하는 잣대는 사회를 개혁하려는 논리를 담았는지가 아니라 당대 현실이 얼마나 잘 투영됐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춘향전에 얽힌 통념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예컨대 춘향의 사또 수청 거부는 조선 후기 법적 테두리 안에서 허용된 행동이었다고 분석한다.
조선시대에 수령이 기생을 포함한 고을 노비와 동침하는 것은 불법이었으므로 춘향이 거절할 명분이 존재했다고 본다.
저자는 "조선 정부는 이른 시기부터 천민의 충·효·열(烈)을 표창했다"며 "춘향의 정조는 그러한 통치이념의 보편성을 끌어다 자신의 가치를 천명한 것으로, 새 시대를 지향하는 새로운 것이었다는 주장도 지배체제에 봉사하는 낡은 관념일 뿐이라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논박한다.
아울러 새로운 사또가 이도령을 사랑하는 춘향을 인격적으로 무자비하게 모독하고, 금전과 성적 쾌락으로 회유했기에 춘향이 항거했다고 강조한다.
춘향이 거창하게 시대 변혁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랑'과 '저항'이라는 코드가 독자를 열광케 했다고 말한다.
다만 근대에 개작한 춘향전은 인물 간 관계에서 평등성을 진전시키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춘향과 이도령 사이에 위계질서가 강화돼 작품성과 민중의식이 오히려 퇴보했다고 비판한다.
결론적으로 춘향전은 민중주의 또는 허무주의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통속소설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기생이라는 미천한 신분의 여성이 능동적으로 역경과 굴욕을 딛고 사랑을 지킨 문학 작품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는 "춘향전에서 직접 표출된 이념과 논리는 조선시대 통치질서를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춘향전은 춘향을 비롯한 민중이 영위하는 삶의 현장을 통해 '논리'가 아닌 '장면'으로 조선 체제의 종말을 고했다"고 평가한다.
그물. 430쪽. 2만4천원.
/연합뉴스
남원에 사는 기생 춘향이 사또 아들 이도령과 만나 사랑을 나누다 이별하고, 새로 부임한 사또의 수청 명령을 거부했다가 옥살이를 했으나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과 재회한다는 춘향전은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로 널리 회자했다.
춘향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한편에서는 신분제를 허물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수립하려는 의도를 담은 작품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조선의 지배이념을 답습한 소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역사학자인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신간 '춘향전, 역사학자의 토론과 해석'에서 이러한 기존 견해를 모두 부정한다.
남녀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정치적 선언문으로 인식해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춘향전 이본들을 분석해 "춘향전의 본질적 성격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은 등장인물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라며 소설은 소설로서만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춘향전을 평가하는 잣대는 사회를 개혁하려는 논리를 담았는지가 아니라 당대 현실이 얼마나 잘 투영됐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춘향전에 얽힌 통념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예컨대 춘향의 사또 수청 거부는 조선 후기 법적 테두리 안에서 허용된 행동이었다고 분석한다.
조선시대에 수령이 기생을 포함한 고을 노비와 동침하는 것은 불법이었으므로 춘향이 거절할 명분이 존재했다고 본다.
저자는 "조선 정부는 이른 시기부터 천민의 충·효·열(烈)을 표창했다"며 "춘향의 정조는 그러한 통치이념의 보편성을 끌어다 자신의 가치를 천명한 것으로, 새 시대를 지향하는 새로운 것이었다는 주장도 지배체제에 봉사하는 낡은 관념일 뿐이라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논박한다.
아울러 새로운 사또가 이도령을 사랑하는 춘향을 인격적으로 무자비하게 모독하고, 금전과 성적 쾌락으로 회유했기에 춘향이 항거했다고 강조한다.
춘향이 거창하게 시대 변혁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랑'과 '저항'이라는 코드가 독자를 열광케 했다고 말한다.
다만 근대에 개작한 춘향전은 인물 간 관계에서 평등성을 진전시키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춘향과 이도령 사이에 위계질서가 강화돼 작품성과 민중의식이 오히려 퇴보했다고 비판한다.
결론적으로 춘향전은 민중주의 또는 허무주의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통속소설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기생이라는 미천한 신분의 여성이 능동적으로 역경과 굴욕을 딛고 사랑을 지킨 문학 작품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는 "춘향전에서 직접 표출된 이념과 논리는 조선시대 통치질서를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춘향전은 춘향을 비롯한 민중이 영위하는 삶의 현장을 통해 '논리'가 아닌 '장면'으로 조선 체제의 종말을 고했다"고 평가한다.
그물. 430쪽. 2만4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