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 함께 생활, 감염자 승선 시 대규모 전염 가능성
부산항 예정 없던 7척 기항…일본 등지 선내 감염 발생 불안감 확산
3중 방역망 구축해 대비…"중국 초점 맞춘 대책으론 부족" 지적도
'떠다니는 배양접시 크루즈, 대거 한국으로' 코로나 불똥 튈라
호화 크루즈들이 신종 코로나를 피해 중국 대신 한국으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일본과 홍콩 등 다른 나라에서 크루즈 승객들의 감염이 발생하면서 한꺼번에 수천 명이 타고 움직이는 대형 크루즈선이 자칫 '코로나바이러스 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산을 비롯한 국내 기항지에는 방역 비상이 걸렸다.

◇ 부산항 예정에 없던 7척 기항…중순부터 한국 기항 본격화
6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예정에 없던 크루즈 3척이 잇따라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부두에 들어왔다.

이 배들은 중국을 모항으로 일본 등지를 운항하다가 신종코로나 사태로 중국 입항이 금지되자 대체 항로에 투입되기 전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으러 부산에 일시 기항해 하선한 승객은 없었다.

일부 선사는 모항을 중국에서 일본이나 대만으로 일시 옮겨 운항하면서 부산을 경유지에 추가했다.

12일과 27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대만으로 모항을 변경한 크루즈 1척씩이 부산에 온다.

3월 23일과 27일에도 중국에서 일본과 대만으로 각각 모항을 바꾼 1척씩 입항 예정이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부산 기항을 원하는 배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항만공사는 엄격하게 심사해 추가 기항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떠다니는 배양접시 크루즈, 대거 한국으로' 코로나 불똥 튈라
국제 크루즈들은 대체로 2월 중순 이후 한국 기항을 본격화한다.

국내 기항지 가운데 가장 많은 크루즈선이 찾는 부산항의 경우 이달 11일부터 승객들을 태운 크루즈가 입항할 예정이다.

2월에 4척, 3월에 8척, 4월 22척 등이다.

인천, 제주, 속초, 여수 등에는 3월과 5월 사이에 올해 첫 크루즈 기항이 예정돼 있다.

부산을 제외한 다른 항만에는 아직 중국 대신 기항하겠다는 크루즈가 없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크루즈선사들이 중국을 대체할 기항지를 물색 중인데 부산은 물론, 제주, 인천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등에서 선내 집단감염 발생
크루즈 1척에는 승무원은 포함해 적게는 1천500여명, 많게는 5천명 이상 타고 온다.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십일을 함께 생활하는 크루즈 특성상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승선하면 단기간에 대규모 전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며칠 간격으로 중간 기항지에 들르면 승객들이 배에서 내려 관광하고 배로 돌아오며, 일부 기항지에서는 새로운 승객이 탑승하거나 하선하기 때문에 전염병 전파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특성 탓에 일부에서는 크루즈를 '떠다니는 배양 접시'라고까지 부른다.

'떠다니는 배양접시 크루즈, 대거 한국으로' 코로나 불똥 튈라
실제로 지난달 20일 승객과 승무원 등 3천500여명을 태우고 요코하마를 출항해 홍콩과 동남아 등지를 거쳐 이달 3일 일본으로 돌아온 크루즈선에서 20명이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달 4천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중국과 베트남을 오갔던 크루즈에서도 3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크루즈 선내 감염이 잇따르자 50개 크루즈선사가 가입한 세계크루즈선사협회는 출발 전 14일 이내에 중국 본토를 여행한 승객과 승무원의 탑승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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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중 방역망 구축…"중국에 초점 맞춘 대책으론 부족" 지적도
국내 기항한 크루즈 승객 방역에 구멍이 생기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통상 배에서 내린 승객들은 대형 버스에 나눠타고 주요 관광지와 쇼핑센터 등을 돌아다니며 5~7시간 정도 관광한다.

이들을 동행하는 운전기사, 안내원, 통역사, 여행사 직원 등이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다.

시내 관광을 하는 동안 직간접 접촉할 수많은 사람이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항만 당국과 방역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예정에 없던 크루즈 입항이 시작된 부산항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항만공사, 검역본부, 출입국관리청, 세관 등은 잇따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크루즈 승객 검역 대책을 세우고 있다.

입항 전 해당 크루즈의 중국 기항 및 선원 승선 여부, 승객들의 건강 상태, 이전 기항지 검역 정보를 확인하고 증상을 보이는 승객이 있는지 파악해 문제가 있으면 입항 자체를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입항 뒤에는 선상에서 유증상자와 중국 경유자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하고, 의심 환자는 하선을 불허하고 선박에 격리하기로 했다.

배에서 내린 승객들이 입국심사를 받는 터미널에도 발열 감시기를 설치해 유증상자를 가려내는 등 3단계 방역망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일항로 여객선 승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크루즈 승객은 제2터미널에서 분리 심사하고, 선박 출항 뒤 터미널 전체 방역도 할 계획이라고 항만공사는 설명했다.

3월 이후 크루즈 기항이 예정된 제주, 인천, 속초 등 다른 항만은 열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사태 추이를 봐가며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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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나온 크루즈 방역 대책은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선사들이 모항을 대만이나 일본으로 옮기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도 이미 적지 않은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중국 외 국가 승객에 대해서도 개별 전수검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역 당국도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은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같으면 일반 관광객보다 많은 돈을 소비하는 크루즈 기항이 고마울 수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