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환 씨의 '미래 100년을 향한 근현대 인물 한국사'

"한국 사회는 역사 정의가 무너진 사회이다.

단 한 번도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역사 정의가 무너진 곳에 사회 정의가 바로 설 리 없다.

과거 민족을 배반한 친일 세력들이 '반공=애국'으로 등치시키면서 자신들이 식민지 시절에 저질렀던 죄악을 은폐했다.

"
책의 머리말부터 저자의 비판 목소리가 통렬하게 울려온다.

망각과 왜곡의 역사에 대한 직격탄이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역사에서 망각된 인물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고자 한다.

나아가 마냥 미화되고 왜곡된 인물과 역사적 사실들이 사실대로 균형 있게 기록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인다.

하성환 씨의 신간 '미래 100년을 향한 근현대 인물 한국사'는 우리 역사에서 잊히고 사라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역사 정의가 무너진 현대사에서 왜곡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저자는 대학에 입학한 1979년부터 1990년까지 민중교육에 앞장섰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과 관련해 고교 교사에서 해직되기도 했다.

저자는 몽골 여행을 가서야 알게 된 의사 이태준, 조선어학회 목대잡이이자 조선 최고의 한글운동가였던 이극로, 교사들이 망각한 조선의 페스탈로치 이만규, 아직도 독립운동가 반열에 오르지 못한 1세대 페미니스트 나혜석,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거사를 도운 조선의용군 출신 항일 여전사 이화림을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또한 이육사가 시 '청포도'로 노래한 절친 윤세주, 문재인 대통령이 호명한 항일 여전사 박차정, 밀양 출신 항일 열사들의 정신적 멘토였던 황상규, 1930년대 혁명적 노동운동가로 활동한 김찬 등의 시간을 소환하며 역사 정의를 다시 생각해본다.

좀 더 가까운 역사로는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산화한 최우혁, 허원근, 박종철, 이한열, 그리고 군과 산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우빈, 김용균 등의 아픈 삶도 회고한다.

저자는 왜곡된 인물과 역사적 사실들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서정주 시인 못지않게 독재자를 찬양한 노산 이은상, 한글 전용에서 국한문 혼용으로 지조를 바꾼 일석 이희승, 반공의 핏자국 위에 들어선 이승만 정권 등의 과오를 냉철하게 되짚어보자는 것이다.

지난해로 3·1혁명의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맞았다.

이와 함께 백범 김구의 서거 70주기였고, 의열단의 창단 100주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향후 100년의 역사는 어떻게 전개될까? 아니, 어떻게 전개돼야 할까? 저자는 "대한민국 사회가 크게 융성하기 위해선 투명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 길은 단순하다.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진실과 거짓, 인물 한국사', '우리 역사에서 사라진 근현대 인물 한국사', '우리 역사 바로 읽기' 등 관련서도 낸 바 있다.

살림터. 328쪽. 1만8천원.
"역사 정의가 바로 서야 사회 정의가 바로 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