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세 교수팀 포함 전세계 100명이 20년간 연구…'뮤온' 이용한 입자 가속 가능성 확인
'신의 입자' 힉스 입자 생성·연구 기대…네이처 게재
울산과기원 참여 국제연구단, 차세대 입자가속기 개발 '시동'
정모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이 참여한 연구단체가 거대강입자가속기(LHC·Large hadron collider)를 뛰어넘는 '차세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6일 울산과기원에 따르면 정 교수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단 MICE(Muon Ionization Cooling Experiment)는 세계 최초로 '뮤온 빔(Muon Beam)의 이온화 냉각'을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가속기 실험에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전자나 양성자, 중이온이 아닌 뮤온을 이용한 입자 가속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운영하는 LHC는 힉스 입자(우주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에서 예측한 입자로, '신의 입자'로 불림)를 발견하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힉스 입자의 정확한 성질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차세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뮤온은 우주방사선이 대기권에 충돌할 때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입자로, LHC 후속 입자가속기에 쓰일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LHC에 쓰이는 양성자와 같은 강입자(Hardon)는 서로 강하게 상호작용하지만, 뮤온 같은 경입자(Lepton)는 상호작용이 약하고 가볍다.

이런 성질 때문에 뮤온을 이용하면 힉스 입자의 정확한 성질 분석이나 새로운 고에너지 물리현상 탐구가 가능하다.

그런데 뮤온의 수명이 100만분의 2초 정도로 아주 짧아 실제로 가속하기는 어려웠다.

실험에 쓰이는 뮤온은 가속기 실험장치에서 강력한 양성자 빔을 표적에 때려서 인공적으로 얻는데, 초기에는 구름처럼 퍼져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뮤온 빔을 가속이 일어나는 공간에 집어넣으려면 입자 부피를 줄이고 입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빔 냉각(Beam Cooling)이라 하는데, 뮤온은 짧은 수명 때문에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빔 냉각이 어려웠다.

울산과기원 참여 국제연구단, 차세대 입자가속기 개발 '시동'
연구단은 1980년대에 이론적으로 제시된 이온화 냉각 개념을 적용, 뮤온 빔을 가속기에 입사시킬 수준으로 냉각하는 데 성공했다.

뮤온 빔이 에너지 흡수체를 통과하면서 물질과 이온화 반응으로 에너지를 잃고 부피가 줄어 방향이 정렬되도록 했다.

이 실험은 이온화 냉각을 적용해 뮤온 빔이 차지하는 공간을 이론에서 예측한 대로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정 교수는 "뮤온을 이용한 가속기 개발의 최대 난제였던 '뮤온 위상공간 부피 줄이기'에 성공한 것"이라면서 "차세대 중성미자 공장과 LHC 뒤를 이를 '차세대 경입자 충돌형 가속기'를 개발하는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뮤온과 전자는 모두 경입자지만, 뮤온이 충돌할 때 힉스 입자 생성 확률이 높아 더 유용하다"면서 "건설비용도 뮤온 가속기가 전자 가속기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뮤온 빔 냉각 성공으로 뮤온 가속기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성과는 전 세계 1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20여년간 노력한 끝에 맺은 결실이라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Nature)에 5일 자 온라인 논문으로 게재됐다.

울산과기원 참여 국제연구단, 차세대 입자가속기 개발 '시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