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입국자 등교중지' 발표하면서 대학실장 "'격리' 용어는 유의해야"
"유학생은 능동감시자" 실언도…대학 관계자들 "정확한 가이드라인 달라"
'자율격리' 발표하면서 격리는 아니라는 교육부…대학가 혼란
교육부가 5일 "중국 전역에서 입국한 모든 학생·교직원을 '자율격리' 대상자로 관리하겠다"라고 발표하면서 질의응답에서는 "격리라는 용어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해 교육계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교육부는 '자율격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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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격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다.

감염병 관련 법에 명시된 법정 용어도 아니다.

교육부는 앞으로 중국 전역에서 입국한 모든 학생·교직원을 '자율격리' 대상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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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입국하면 14일 동안 등교 중지 및 업무 배제되며, 대학 전담팀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대상이 된다.

교육부는 그동안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지 2주가 지나지 않은 학생·교직원은 '자가(自家) 격리'를 하고 있다고 표현해왔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밀접 접촉자·일상 접촉자 등 신종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적 있는 이들을 '자가격리' 인원으로 분류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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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보건소 등의 공무원이 일대일 관리하는 모니터링 대상이다.

격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교육부가 '자율격리'라는 말을 만들어낸 이유는 이처럼 방역 당국이 공식적으로 표현하는 자가격리 대상과 교육부가 '자율적인 격리를 권고하기로 한' 대상을 구분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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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를 발표한 교육부조차 '자율격리'라는 용어의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지 않아 정부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자율격리 대상이 정확히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돌연 "격리라는 용어를 쉽게 쓰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발언하기 불과 몇 분 전까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재 자율 격리 조치한 (유학생 등) 인원은 117명이 확인된다", "자율 격리 등으로 인해 수업에 출석할 수 없는 경우에도 출석을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자율격리' 발표하면서 격리는 아니라는 교육부…대학가 혼란
그런데도 김 실장은 "중국 후베이성은 이제 막혀 있고, 여기를 제외한 유학생은 여러 통로로 들어오는 관광객과 지위가 같다.

발병자가 아니다"라면서 "결코 '강제 격리'가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오는 학생에 대해 좀 더 효과적으로, 능동적으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는 차원"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즉 중국에서 입국한 학생·교직원에게 '자율적인 격리' 책임을 부과하기는 하지만, 정부가 격리를 강제하는 것으로 보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실장 설명은 "중국 입국 학생에 대한 검역·관리를 철저히 추진하겠다", "등교 중지 조처하고, 집단활동 및 외출을 배제하며, 이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겠다"는 교육부 발표 기조와 상충한다.

김 실장은 "유학생은 능동·자기 감시자로 여러분과 똑같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이 규정하는 능동감시자는 확진자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같이 밥을 먹은 등 확진자와 직접 접촉했던 사람 또는 중국에서 입국했는데 발열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김 실장이 용어의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발언한 셈이다.

교육부 발표를 청취한 대학 관계자들은 "대체 자율격리가 무엇이냐, 그동안 교육부가 말하던 자가격리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아직 교육부 공문은 보지 못했는데,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아무리 봐도 자율격리 대상이 누구라는 것인지 헷갈린다"면서 "정부가 조금 더 명료한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따로 거처가 없는 중국인 유학생이 기숙사에는 오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에 관한 교육부 지침이 없어 황당한 상황"이라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국내에 자가(自家)가 없으니 '자율격리' 하라고 말장난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