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정치권 "교육 질 하락 우려…1995년 운영비 출연각서 있어"
재단 "오래전부터 검토…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시대"
포스코 교육재단 출연금 축소에 포항시민 비판 확산
포스코가 포스코교육재단 출연금을 대폭 축소하자 재단 구성원뿐만 아니라 경북 포항시민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는 2012년 385억원 수준이던 포스코교육재단 출연금을 계속 줄이고 있다.

2019년에는 180억원을 냈고 2020년에는 120억원, 2021년에는 70억원 출연할 예정이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수입 대부분을 포스코 출연금에 의존해왔다.

이런 포스코 출연금이 대폭 줄어들자 재정 자립화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과 학교통합, 부지매각, 특별수당 축소, 운동부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단 산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등록금 인상이나 일반고 전환도 고려 대상이다.

재단 산하 각급 학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영어나 컴퓨터 등 특색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단 소속 교직원은 지난해 11월 내부 설명회 때 대부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한 포항제철초등학교 교사는 "박태준 초대 재단 이사장은 교육이 미래라고 생각해 학교를 세웠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재정자립화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포항제철고 교사는 "그동안 자긍심을 갖고 근무했는데 이렇게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순이익이 수조 원에 이르는 회사가 재단에 낼 200억원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 역시 교육 질 하락을 우려하며 불만을 내놓고 있다.

한 포항제철초등학교 학부모는 "재단 출연금이 줄어 영어 원어민 수업도 못 할 형편이라는 등 여러 가지 소문이 돈다"며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학교나 재단 측은 학부모에게 이렇다 할 설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포스코와 교육재단이 그동안 교육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교육보국이란 기치를 내세웠는데 하루아침에 교육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포항 정치권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허대만 경북도당 위원장은 5일 "포스코가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교육재단 투자를 대폭 삭감하는 것은 포스코 설립이념을 저버리는 단견 내지 무책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육재단 설립 시 제출한 재산출연 각서 취지를 성실히 이어가는 것이 기업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앞서 4일 시의회에서 열린 268회 임시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포스코는 1995년 포항공대(포스텍)와 초·중·고등학교를 각각 다른 재단으로 분리할 때 도교육청에 운영비 부족액을 매년 출연하겠다는 각서를 냈고 각서는 도교육청에 보관돼 있다"며 "이 자료대로라면 포스코의 재정 자립화 추진은 도교육청과 한 약속을 종이짝 취급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교육재단은 "재정자립화는 장기적 차원에서 교육재단의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운영의 초석을 위한 것으로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한 사안"이라며 "1995년 출연 약속 때와 비교해 교육의 공공성이 강화돼 공사립 격차가 사라지고 초·중 의무교육을 넘어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또 "교육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국가가 책임지는 시대로 바뀌었다"며 "재정자립화는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설명회나 간담회 등 지속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고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교육재단 출연금 축소에 포항시민 비판 확산
포스코 교육재단 출연금 축소에 포항시민 비판 확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