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에 이어 여섯 번째다. 기존 초대형 IB 증권사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 등 3조원대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도 초대형 IB 진입을 노리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6번째 초대형 IB 탄생

하나금융지주는 4일 이사회를 열어 하나금융투자의 4997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하면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하는 형식이다. 청약 및 납입일은 3월 26일이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4297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에서 약 4조원으로 늘어난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순이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제도 도입 후 여섯 번째 초대형 IB의 탄생이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으면 초대형 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받아 발행어음 등 단기금융업을 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4월 안에 지정 신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단기금융업 등은 아직

하나금융투자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발행어음 등 신규 사업은 관련 조직 및 인력 확보 등을 고려해 신청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을 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자본을 끌어들여 다양한 IB사업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하나금융투자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하더라도 곧바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대형 IB 가운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고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한 곳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세 곳에 불과하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배당사고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으로 인가 심사가 중단됐다. 최종 인가를 받은 세 개 증권사도 인가 신청 후 곧바로 받은 곳은 없다.

IB 간 경쟁 치열해질 것

하나금융투자는 늘어난 자기자본으로 IB, 글로벌, S&T(세일즈앤트레이딩)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레버리지(차입) 비율도 낮아지기 때문에 자기자본 투자도 지금보다 좀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장 방점을 두는 것은 IB 부문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 중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8.08%(2019년 9월 말 기준)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주요 수익원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IB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자기자본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큰 딜에 참여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IB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메리츠종금증권도 초대형 IB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3조7843억원이다. 올해 4월 종금(종합금융) 라이선스 반납에 맞춰 초대형 IB에 도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8월 자기자본을 4조원으로 늘렸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