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 수가 처음으로 일본의 대학입학 시험인 ‘센터시험’ 지원자 수보다 적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인구가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아 그동안 항상 일본보다 대입 수험생이 많았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일본과의 역전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한국의 2020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54만8734명으로, 일본의 센터시험 지원자(55만7699명)보다 8965명(1.6%)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수능 지원자가 일본의 센터시험 지원자 수에 미치지 못한 것은 1994년 수능 제도가 도입된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6년간 수능 지원자가 센터시험 지원자보다 많았던 것은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일본보다 크게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고등학교 졸업자는 모두 105만559명으로, 한국 고등학교 졸업자 56만8736명의 두 배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54.7%로, 한국의 대학 진학률 70.4%에 비해 15.7%포인트 낮았다.

한국은 또 일본보다 재수생 등 졸업자의 수능 지원 비율이 높아 그동안 대입 지원자가 일본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국과 달리 일본의 센터시험은 국공립 대학 진학엔 필수적이지만 사립대학에선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그동안의 지원자 차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의 학령인구가 워낙 급격히 감소하다 보니 올해 처음으로 일본과의 지원자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0학년도 수능 지원자 수는 전년도와 비교해 4만6190명 감소했다. 교육당국은 2021학년도 대입에서도 대학에 입학할 학생이 5만~6만 명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