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린 뉴딜' 저자 제러미 리프킨, "탄소 제로 녹색 경제로!" 역설

"우리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초래한 기후변화가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종을 여섯 번째 대멸종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임박한 현실을 의식하지 않으며 심지어 대다수는 알지도 못한다.

"
선구적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이 울리는 경고음이다.

이와 관련해 유엔 산하 과학 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2018년 10월, 지구온난화가 가속 중이며 곧 일련의 기후 이변으로 지구상 생명체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매우 심각한 경고를 내놨다.

당시 IPCC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도만큼 올려놓은 것으로 추산하며 만약 그것이 1.5도라는 한계점을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고 그에 따른 엄청난 기후 이변들로 지구 생태계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훼손될 것으로 예측했다.

어디 그뿐인가.

하버드 대학 저명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역시 "인간의 활동에 의한 생물종의 멸종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금세기 말까지 모든 종의 절반 이상을 제거하기에 충분할 만큼 빠르다"고 전망한다.

금세기 말이라면 지금의 유아들이 노년을 보낼 시기다.

"2028년이면 화석연료 문명은 종말한다"
'글로벌 그린 뉴딜'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이 같은 경고음을 책 서문에서부터 비장하게 울려댄다.

지구가 마지막으로 대규모 멸종 사건을 경험한 것은 6천500만 년 전이었다.

저자는 '그러한 환경의 심연을 피하려면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를 줄여야 한다'는 IPCC의 결론을 상기하며 "그 일을 해내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고작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거듭 환기한다.

이번 저서는 현시대 지구적 중대 과제인 '기후변화'와 관련해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다뤘다.

그리고 전 세계의 미래, 인류, 같이 살아가는 동물, 공동의 행성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의 명저로 큰 울림을 낳은 저자는 "지금 우리가 문명의 방향을 급진적으로 재설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고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공기의 수분 보유 용량은 7% 증가해 구름에 더욱 많은 물이 집중된다.

그 결과 극단적인 강수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 겨울의 극심한 한파와 초대형 폭설, 봄의 파괴적 홍수, 여름의 장기적인 가뭄과 끔찍한 산불, 치명적인 3·4·5등급 허리케인 등이 모두 물과 관련된 사건이며, 이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 그리고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

저자가 책에서 핵심어로 내놓은 '그린 뉴딜'은 1930년대에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동원한 '뉴딜 정책'과 유사한 비상 대책이라는 의미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무사히 헤쳐나가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친환경(탈탄소) 녹색 성장의 밑그림을 세계와 공유하고자 한다.

그의 뉴딜 목표는 이렇다.

"향후 10년 내에 청정 재생 가능 자원으로 내수 전기의 100%를 생산한다.

국가의 에너지 그리드 및 건축물, 교통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한다.

에너지 효율을 증대한다.

녹색 기술의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그리고 새로운 녹색 경제에 걸맞는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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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이면 화석연료 문명은 종말한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 주요 부문들은 빠르게 화석연료에서 이탈해 갈수록 저렴해지는 태양력과 풍력 에너지로 갈아탄다.

리프킨은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 산업에서 발생할 엄청난 좌초 자산이 2028년 무렵이면 탄소 버블을 터트리며 화석연료 업계와 결전을 치르게 된다고 전망한다.

여기서 말하는 좌초 자산이란 수요 감소로 채굴되지 않고 남게 되는 모든 화석연료를 포함해 버려지거나 폐기되는 송유관과 해양 플랫폼, 저장 시설, 에너지 생산 설비, 예비 발전소, 석유화학 공정 시설, 그리고 화석연료 문화와 밀접히 결합한 일체의 산업을 이른다.

저자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책임이 있는 4대 핵심 부분, 즉 정보통신기술과 텔레콤 부문과 전력 및 전기 유틸리티 부문, 건축물 부문이 화석연료 산업과 절연하고 저렴하고 새로운 그린 에너지를 채택하게 된다며 화석연료 산업 안에서 100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좌초될 거라고 예측한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자동차 산업이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내연 차량에서 녹색 재생 전력으로 구동되는 전기 차량으로 빠르게 전환됨은 그린 뉴딜 추세를 잘 말해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2025년까지 모든 차량 중 25%, 2035년까지는 80%를 전기 차량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저자는 "한때 무적으로 보였던 화석연료 부문은 이제 우리 목전에서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며 "지금 미국과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린 뉴딜'이다"고 거듭 강조한다.

"탄소 버블은 이제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거품이 될 전망이다.

화석연료 부문의 붕괴는 불과 2~3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속도와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계속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석유산업과의 대결에 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잿더미로부터 녹색 문화를 구축하는 과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는 탄소 제로 경제로의 전환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모든 지역과 공동체에서 정부의 행동을 촉구해 모두 함께 생태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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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안진환 옮김. 328쪽. 1만8천원.
"2028년이면 화석연료 문명은 종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