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귀를 기울이면'… 걸그룹 여자친구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내놓은 거의 모든 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악했다.
누구나 쉽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멜로디와 청순함을 내세운 무대. 한국 걸그룹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입은 듯한 이들은 대중성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자친구가 3일 발매한 미니앨범 '회: 래버린스'(回:LABYRINTH)는 지금까지 잘 먹힌 '파워 청순'에 더해 서사성까지 갖췄다.
지난해 소속사 쏘스뮤직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고, 빅히트가 여자친구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하면서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앨범에서 그랬듯, 이번 여자친구 앨범에 '이야기'를 심었다.
"방시혁 대표님을 비롯한 빅히트 프로듀서 분들이 곡 작업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사진, 영상 작업에 도움을 주셨어요.
저희가 이야기하려는 것들이 전체적으로 탄탄해졌고 콘텐츠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됐죠."(엄지)
이번 앨범은 이름에서 엿보듯 미로(Labyrinth) 속에 갇혀 돌고(回) 있는 소녀들 이야기를 담는다.
앨범과 동명 수록곡과 타이틀곡 '교차로'(Crossroads), '히어 위 아'(Here We Are) 등 총 6곡이 수록됐다.
모두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소녀들의 성장'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
"소녀가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을 담은 앨범이에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복합적 감정이 녹아 있죠."(소원) 컴백 사전 영상 '어 테일 오브 더 글래스 비드: 프리비어스 스토리'(A Tale Of the Glass Bead: Previous Story)를 지난달 공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됐다.
이 영상 역시 빅히트 손길이 닿았다.
방시혁 대표는 수록곡 '래버린스'와 '프롬 미'(From Me) 작사 작업까지 참여하는 관심을 보였다.
"아직 방 대표님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저희에게 좋은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여자친구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팀이다'라고요.
앞으로도 팬분들께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말도 하셨죠."(소원) 유주는 빅히트와 협업해 나온 첫 결과물에 얼마나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도움을 줬다"면서 "그에 힘입어서 멤버들이 더 열심히 해(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교차로'와 '래버린스'에는 안무에도 이야기가 있다.
특히 여자친구가 데뷔 이래 가장 파워풀한 안무라고 자평한 '래버린스' 안무는 귀를 기울여 가사에 신경 쓰며 감상해야 한다.
"퍼포먼스로 노래 가사를 표현하려고 멤버들끼리 역할을 나눴어요.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거예요.
"(신비) 여러 선택지 앞에 놓인 복잡한 심경을 빗댄 '교차로'에서는 멤버 여섯 명이 각자 다른 길로 걸어가는 독특한 안무도 선보인다.
이처럼 여자친구의 이번 앨범은 안무, 노랫말, 노래 제목, 영상 등이 갖가지 은유로 가득 찼다.
아이돌 세계관을 해석하기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이른바 '떡밥'이 넘치는 셈이다.
기존 장점은 둔 채 빅히트식 서사를 입고 "새로운 시작(엄지)"을 알린 여자친구가 이번 앨범으로 한층 더 발전한 걸그룹으로 나아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