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걸린 올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의 ‘3자 동맹’으로 한진칼 최대주주로 올라선 가운데 조 회장이 일반주주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3월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실제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전자투표제 도입은 이사회에서 결의만 하면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KCGI가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했지만 올해는 한진그룹에서 오히려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면 일반주주들이 경영권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현아·KCGI·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을 모두 합치면 32.06%로 최대주주다. 반도건설 지분 중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전 주식을 사들여 의결권이 인정되는 부분(8.20%)만 포함하면 3자 동맹의 의결권 있는 지분율은 31.98%로 추정된다. 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자신의 지분과 델타항공, 친족·임원·재단 등 특수관계인 우호 지분을 모두 포함해 21.67%다.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이면 33.45%로, 3자 동맹을 1%포인트 남짓 웃돈다.

한진그룹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지분 30% 정도를 차지하는 일반주주들의 참여 확대가 조 회장 연임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했고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소액주주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최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상생’을 강조하고, 중국 우한 교민을 태우러 가는 전세기에 함께 탑승하기도 했다.

일반주주 참여 확대가 조 회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액주주들은 현재 경영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자 동맹 측은 전문경영인 후보의 경영능력을 앞세워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