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구두기능인협회 금용구 회장, 노인복지관·임대아파트 찾아 재능기부
고교생 2명에 매년 장학금 지급…연말 이웃돕기에 가게모금함 성금까지

설 연휴가 끝난 지난달 28일 찾아간 경기 성남시 분당테크노파크 상가동의 '상탑구두수선점'.
[#나눔동행]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죠"…구두수선 봉사왕
1평 남짓한 가게에서 금용구(62) 분당구두기능인협회장이 구두약을 면 헝겊에 묻혀 능숙한 솜씨로 광을 냈다.

주변엔 금 회장의 손길을 기다리는 굽이 닳은 구두도 여러 켤레 놓여 있었다.

구두약 냄새가 밴 낡은 작업공간이지만 금 회장은 일상으로의 복귀가 즐거운 듯 미소가 가득했다.

"연휴 잘 보냈으니 또 구두 닦고 굽 갈아 번 돈으로 봉사해야죠. 사회가 내게 베푼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분당 봉사왕'으로 불리는 금 회장이 받은 혜택은 4.08㎡의 구두수선점 부스와 도로점용 허가가 고작이다.

1995년 분당구청이 노점상 정비 차원에서 부스를 만들어 구두기능인들에게 제공했고 연간 25만원가량의 임대료와 도로 점용료를 받고 있다.

부스를 받은 분당지역 구두기능인 38명은 협회를 구성한 뒤 사회 환원에 의기투합했고 그해 말부터 이웃돕기 모금 운동을 했다.

하루 영업을 접고 구두수선과 구두닦이로 번 돈을 분당구청에 기탁하는데 지난해에는 대학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1월 14일 서현동 AK플라자 광장에서 120만원을 모았다.

분당구두기능인협회는 2005년부터 성남지역 6개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본격화했다.

5명씩 조를 짜 한 달에 1∼2번씩 구두수선재료를 들고 복지관을 방문해 무료로 구두를 고쳐주며 재능기부를 한다.

[#나눔동행]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죠"…구두수선 봉사왕
회원들 모두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지라 6년 전부터는 분당지역 고교생 2명에게 연간 300만원이 넘는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이 확대되며 올해부터는 대학생을 지원할 예정이다.

장학금은 회원들이 한 달에 3만원씩 내는 회비에서 충당한다.

회원들은 가게마다 모금함을 설치해 한해 2차례 분당구청에 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는데 매번 모금액은 120만∼130만원에 달한다.

접착제를 사용하는 정도로 가벼운 수선의 경우 손님에게 돈을 받지 않고 모금함에 원하는 금액을 넣도록 권유한다.

분당구두기능인협회를 이끄는 금 회장은 젊은 시절 섬유 관련 사업에 실패한 뒤 전국을 떠돌며 낭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안양 평촌역 앞에서 우연히 구두수선점을 들렀는데 70대로 보이는 구두기능인이 세련된 멋쟁이였다.

지나가는 말로 "벌이가 어떻냐"고 물었고 구두기능인은 "집안에서 최고 대우를 받을 정도다.

며느리·손주에게 용돈도 주고…"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금 회장은 그 순간 '연세가 많은 노인도 열심히 사는데 허송세월을 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고 한다.

전철을 타고 가다 무작정 분당 야탑역에 내린 금 회장은 그길로 광장 구두수선점에서 수선 일을 배워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워낙 부지런한 성격 탓에 구두수선으로 번 돈으로 두 자녀의 대학교육도 너끈히 감당할 수 있었다.

[#나눔동행]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죠"…구두수선 봉사왕
구두수선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뿌듯했던 때를 기억하면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금 회장은 전했다.

"2008년 언덕길이 많은 산성동의 수정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을 때에요.

한 어르신의 구두 굽이 3분의 2 이상 닳아 낙상 위험이 커 보였지만 수선을 맡기지 않았어요.

복지관 직원이 무료라고 하니까 그제야 구두를 건네 말끔히 고쳐줬는데 어르신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천원권 지폐를 주며 커피값을 하라고 했어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뿌듯함이었죠."
금 회장은 지난해 6월과 11월 야탑3동과 정자2동의 취약계층 임대아파트를 찾아 구두수선 봉사활동을 벌이기로 하고 해당 지역 사회보장협의체 등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봉사대상을 여전히 물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