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 조성·볏짚 존치 등 지역 농민과 두루미 10년 공생 결실
두루미 7천여마리 몰려든 철원평야…관측 이후 최대 수준 '장관'
겨울 철새의 낙원으로 불리는 강원 철원평야에 최근 두루미(멸종위기Ⅰ급,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 무리가 관측 이후 최대 수준으로 찾아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

29일 철원 노동당사 인근 군부대 5검문소를 지나 민통선 안으로 들어서자 낱알을 쪼는 재두루미 가족을 빈 논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북쪽으로 점점 올라갈수록 두루미, 재두루미 무리는 점차 늘어났다.

아이스크림고지 인근에 다다르자 두루미 수백마리가 한데 모여 겨울나기에 분주했다.

차량이 가까워짐을 눈치챈 두루미들은 낱알을 쪼던 고개를 들어 잠시 경계했지만, 사람이 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식사를 즐겼다.

"뚜∼", "뚜루∼"하며 화답하는 두루미 부부의 울음소리가 평야에 가득했다.

독수리(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43-1호), 쇠기러기 무리도 함께했다.

겨울 철새들의 잠자리를 책임지는 동송읍 이길리의 한탄강 변에도 두루미 무리로 가득했다.

강물 위로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들이 함께 쉬며 겨울 운치를 더했다.

두루미 7천여마리 몰려든 철원평야…관측 이후 최대 수준 '장관'
철원두루미협의체에 따르면 두루미와 재두루미 7천여마리가 올겨울 철원지역을 찾았다.

이는 철원두루미협의체가 체계적인 모니터링으로 개체 수를 관측한 2013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철원평야는 겨울에도 땅속에서 따뜻한 물이 흐르고,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철새들이 안심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철원 농민들은 귀한 손님인 겨울 철새들의 월동을 돕기 위해 해마다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철원군은 두루미를 포함한 겨울 철새의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지역 내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볏짚 존치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벼 수확 후 볏짚을 수거하지 않고 10∼15㎝가량 잘라 논바닥에 골고루 뿌려 두루미에게 먹이와 쉴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또 수확이 끝난 논 약 130만㎡ 규모에 물을 가두는 무논 조성, 우렁이와 어류 등 먹이를 확보해뒀다가 무논에 주는 먹이 주기, 샘물 받이 조성, 가림막 설치 등의 수고를 마다치 않고 있다.

두루미 7천여마리 몰려든 철원평야…관측 이후 최대 수준 '장관'
이 같은 노력으로 철원평야를 찾는 두루미 수는 매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종수 철원두루미협의체 부회장은 "지역 농가가 두루미와 공생하려고 10년 넘게 노력한 결과가 최근 열매 맺고 있다"며 "2016년에 5천마리 규모에서 점차 증가해 올해는 7천마리가 넘게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두루미와 사람의 공생을 위한 지역 농민들 노력에 정부와 기업도 힘을 보탰다.

원주지방환경청과 녹색기업협의회, 철원군, 철원두루미협의체는 이날 철원읍 오대볍씨 채종장에서 DMZ 두루미 서식지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이들 단체는 협약을 통해 두루미 보호구역 지정과 철새도래지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 벼 미 수확 존치 등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사업 확대 등을 추진한다.

두루미 7천여마리 몰려든 철원평야…관측 이후 최대 수준 '장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