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교란 미생물에 감염된 딱정벌레로 해충 방제한다…연구 추진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국내산 딱정벌레 201종에서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볼바키아'(Wolbachia) 미생물 감염 실태를 조사하고 친환경 해충 방제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볼바키아는 곤충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포 내 공생 미생물로,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비교란이 생기면 곤충의 발생 개체 수가 줄기 때문에 친환경 해충 방제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볼바키아에 감염된 숫모기를 살포해 방제 효과를 거두는 등 12개국에서 볼바키아 감염으로 해충 방제에 나서고 있다.

생태원 조사 결과 딱정벌레 201종의 유전자 가운데 12.8%인 26종이 볼바키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에서는 볼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해당 암컷이 낳은 알이 모두 죽거나 모체가 볼바키아에 감염된 경우 수컷으로 발생할 알이 발생 초기 죽는 등 성비교란 현상이 나타났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종에는 꼬마긴다리범하늘소 등 나뭇잎과 뿌리 등을 갉아 먹는 산림 해충 7종, 오이잎벌레 등 밭작물에 해를 주는 농업 해충 3종이 포함됐다.

생태원은 앞으로 딱정벌레 외에 다양한 곤충에서 볼바키아 감염 실태를 확대 조사하고 성비교란 작용을 지속해서 연구해 친환경 해충 방제 방법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박용목 생태원장은 "기후 변화로 여러 곤충이 예상치 못하게 대량으로 발생해 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친환경 방제를 이용해 생태계 안전을 지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