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호 씨 대전서 딸기 체험농장 운영하며 농업 소중함 전파
'연 매출 1억2천만원' 체험농장 운영하는 귀농 청년
"귀농이라기에는 조금 거창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가 농업으로 직업을 바꿨으니 귀농은 귀농인가요?"
대전 유성구에서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민재호(43) 씨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한 8년 차 청년농부다.

민씨는 "예전부터 농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며 "농사는 내가 노력한 만큼 돌려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귀농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7일 찾아간 그의 농장 '하하팜'은 막바지 설 연휴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 체험객들로 북적거렸다.

아이들은 빨갛게 익은 딸기를 따 한입 베어 물며 함박웃음을 지었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의 표정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체험객들은 배부르게 딸기를 먹고도 양에 차지 않았는지 딸기를 한 상자씩 사서 돌아갔다.

이날 하루 농장을 찾은 체험객은 100여명.
'연 매출 1억2천만원' 체험농장 운영하는 귀농 청년
겨울과 봄에는 딸기를 따고, 여름과 가을에는 감자와 고구마를 캘 수 있는 민씨의 체험농장은 주변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이에 '필수 코스'가 됐다.

도심 인근에 있어 차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장점이 통한 것이다.

지난해 1만여명이 찾아 연 매출 1억2천만원을 달성했다.

민씨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가까운 곳에 체험농장이 있어 좋다며 인사할 때는 뿌듯함을 느낀다"며 "체험농장은 일반농장보다 신경 쓸 게 많고 일손도 많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농업을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절대 아니다.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다니며 배운 내용을 믿고 2012년 과감하게 직장을 나와 농사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은행 대출금으로 농지를 임차해 시작한 오이와 토마토 재배가 실패를 거듭했고 그때마다 빚이 늘었다.

어린 딸이 아빠 몸에서 퇴비 냄새가 난다며 멀리하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다.

그는 딸을 비롯한 어린이들에게 농업의 소중함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하고 4년 전 체험농장으로 눈을 돌렸다.

품목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딸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겨우겨우 대출 이자를 갚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부지만 원금도 상환했다.

체험농장에서 크지는 않지만 성공을 맛본 민씨는 요즘 '안전한 먹거리 운동'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업인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농업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은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일"이라며 "농업의 소중함을 알리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자는 취지의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