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끝없는 논란 속 주차난 해결 골든타임 놓친 제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차고지증명제·교통유발부담금·거주자우선주차제 표류하다 차량 넘쳐나
"모두를 만족시킬 정책은 없어…시민의식 높여 주차갈등 줄여야"
제주의 주차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제주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한 정책들이 논란 속에 20년 가까이 표류하는 동안 빚어진 결과다.
일각에서는 그 사이 문제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자난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수의 작은 양보와 실천, 참여 속에 해결될 수 있다.
◇ 주차장이 차량보다 많아도 여전한 주차난
폭증하는 자동차로 인해 제주 간선·지선도로와 이면도로에선 매일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도로 양쪽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이 얽혀 정체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 사이를 오가는 행인들이 사고를 당하기도 하는 등 심각한 주차난은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마다 차량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제주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59만6천215대. 이중 등록만 제주에서 하고 운행은 다른 지역에서 하는 역외 세입차량(20만8천583대)을 제외한 순수 도내 운행차량은 38만7천632대다.
제주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0.578대) 1위, 가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1.322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넘쳐나는 차량으로 인해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고, 도는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주차장 조성하고 있다.
그 결과 제주의 주차장 확보율을 2020년 1월 현재 114%(미확정치)까지 끌어올려 주차장이 운행 차량보다 더 많아졌다.
과연 주차난은 해소됐을까.
차량 대수 증가 속도를 주차장 건설이 따라가지 못해 주차난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주지역 땅값이 오르면서 제주도에 주차장 부지를 내줬던 토지주들이 줄줄이 토지 반환을 요청했고, 주차장 1면을 조성할 때 5천만원∼1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등 주차장 건설 만으로는 주차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차장에 투입하는 재원(세금)이 오히려 자동차 구매를 부추기고,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재원을 덜어내 자동차 운전자에게 옮겨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 매번 한발짝씩 늦은 정책
차고지가 있어야 차를 새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차고지증명제가 지난해 7월 1일부터 제주 전역,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됐다.
주차난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차고지증명제의 확대 시행으로 도내 차량 증가 추세가 주춤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고지증명제 시행 전인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제주지역 실제 차량 증가 대수는 월평균 774대였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40대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2013∼2018년 연평균 자동차 증가율이 6.0%였지만, 지난 1년간 자동차 증가율은 1.0%에 불과했다.
차고지증명제를 좀 더 일찍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제주에서 차고지증명제 도입 논의는 21년 전인 1999년 시작됐다.
오랜 논의 끝에 어렵게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직전인 2005년 차고지증명제 시행조례안(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이 통과돼 대형차에 한해 우선 시행됐지만, 중·소형차로의 확대 시행은 줄줄이 연기됐다.
제주도의회가 시민 공감대 형성과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여유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조례를 뜯어고쳐 확대 시행 시기를 놓쳐 버린 것.
그 사이 도내 자동차 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반면 대중교통은 외면 받았고, 주차난·교통체증은 가중됐다.
제주 대중교통 이용객은 1991년 연간 9천942만명에 달했으나 자가용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계속해서 줄어들어 2005년 3천201만명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도는 부랴부랴 2017년 8월 말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에 나섰고,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도입되지 않았던 교통유발부담금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도는 또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주차공간을 확보한 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일정액의 주차요금을 징수해 우선 주차권한을 주는 거주자우선주차제 도입도 추진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1990년대 초중반부터 도입, 전국 대부분이 시행하는 교통유발부담금과 거주자우선주차제와 같은 제도를 제주는 20여년이 지나서야 도입을 시작하거나 추진하는 셈이다.
거주자우선주차제는 2009년 5월 제주시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 됐다가 주민 갈등으로 결국 무산된 바 있어 올해 재추진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선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며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개선해 나가면 된다.
논쟁과 논란만 반복하다가 정작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 주민 참여·실천 필수
주차난 해결을 위한 시민 참여와 실천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차난 해소방안으로 주민 참여형 공유주차제도인 '부설주차장 공유(개방)사업'이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공유주차제는 아파트 등 건축물 부설주차장, 기업체, 학교 등 공공기관 주차장이 비는 시간에 시민들이 일정 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차장을 개방한 곳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새로운 주차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 예산절감 효과와 불법 주차에 대한 주민의식 변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도는 2018년 말 공동주택과 상가, 은행, 공공기관 등 167개소 1천710면의 주차장을 확보했다.
문제는 주차난이 비교적 덜한 읍·면 지역 위주로 이뤄졌고, 주차난이 심각한 도심 지역에서는 외부인의 출입 등에 대해 공동주택 주민들이 거부반응을 보여 사업 참여가 저조했다.
공짜 주차를 당연시하고 유료 주차를 기피하는 시민들의 태도도 주차난을 가중한다.
도심의 공영 유료 주차장은 여유로운 데 반해 도롯가 불법 주정차는 끊이지 않는다.
방문지와 주차장 거리가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불법주차를 서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공짜로 주차할 수 있는데 왜 돈을 내느냐', '잠깐이니 괜찮다', '나만 편하면 된다', '단속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제주시에 사는 김모(35)씨는 "단속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불법 주정차를 해도 딱지를 떼지 않으니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 관계자는 "새로 추진하는 거주자우선주차제를 통해 공짜 주차가 아닌 주차에 따른 비용 부담이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높이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모두를 만족시킬 정책은 없어…시민의식 높여 주차갈등 줄여야"
제주의 주차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제주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한 정책들이 논란 속에 20년 가까이 표류하는 동안 빚어진 결과다.
일각에서는 그 사이 문제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자난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수의 작은 양보와 실천, 참여 속에 해결될 수 있다.
◇ 주차장이 차량보다 많아도 여전한 주차난
폭증하는 자동차로 인해 제주 간선·지선도로와 이면도로에선 매일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도로 양쪽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이 얽혀 정체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 사이를 오가는 행인들이 사고를 당하기도 하는 등 심각한 주차난은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마다 차량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제주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59만6천215대. 이중 등록만 제주에서 하고 운행은 다른 지역에서 하는 역외 세입차량(20만8천583대)을 제외한 순수 도내 운행차량은 38만7천632대다.
제주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0.578대) 1위, 가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1.322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넘쳐나는 차량으로 인해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고, 도는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주차장 조성하고 있다.
그 결과 제주의 주차장 확보율을 2020년 1월 현재 114%(미확정치)까지 끌어올려 주차장이 운행 차량보다 더 많아졌다.
과연 주차난은 해소됐을까.
차량 대수 증가 속도를 주차장 건설이 따라가지 못해 주차난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주지역 땅값이 오르면서 제주도에 주차장 부지를 내줬던 토지주들이 줄줄이 토지 반환을 요청했고, 주차장 1면을 조성할 때 5천만원∼1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등 주차장 건설 만으로는 주차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차장에 투입하는 재원(세금)이 오히려 자동차 구매를 부추기고,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재원을 덜어내 자동차 운전자에게 옮겨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 매번 한발짝씩 늦은 정책
차고지가 있어야 차를 새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차고지증명제가 지난해 7월 1일부터 제주 전역,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됐다.
주차난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차고지증명제의 확대 시행으로 도내 차량 증가 추세가 주춤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고지증명제 시행 전인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제주지역 실제 차량 증가 대수는 월평균 774대였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40대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2013∼2018년 연평균 자동차 증가율이 6.0%였지만, 지난 1년간 자동차 증가율은 1.0%에 불과했다.
차고지증명제를 좀 더 일찍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제주에서 차고지증명제 도입 논의는 21년 전인 1999년 시작됐다.
오랜 논의 끝에 어렵게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직전인 2005년 차고지증명제 시행조례안(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이 통과돼 대형차에 한해 우선 시행됐지만, 중·소형차로의 확대 시행은 줄줄이 연기됐다.
제주도의회가 시민 공감대 형성과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여유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조례를 뜯어고쳐 확대 시행 시기를 놓쳐 버린 것.
그 사이 도내 자동차 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반면 대중교통은 외면 받았고, 주차난·교통체증은 가중됐다.
제주 대중교통 이용객은 1991년 연간 9천942만명에 달했으나 자가용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계속해서 줄어들어 2005년 3천201만명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도는 부랴부랴 2017년 8월 말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에 나섰고,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도입되지 않았던 교통유발부담금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도는 또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주차공간을 확보한 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일정액의 주차요금을 징수해 우선 주차권한을 주는 거주자우선주차제 도입도 추진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1990년대 초중반부터 도입, 전국 대부분이 시행하는 교통유발부담금과 거주자우선주차제와 같은 제도를 제주는 20여년이 지나서야 도입을 시작하거나 추진하는 셈이다.
거주자우선주차제는 2009년 5월 제주시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 됐다가 주민 갈등으로 결국 무산된 바 있어 올해 재추진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선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며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개선해 나가면 된다.
논쟁과 논란만 반복하다가 정작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 주민 참여·실천 필수
주차난 해결을 위한 시민 참여와 실천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차난 해소방안으로 주민 참여형 공유주차제도인 '부설주차장 공유(개방)사업'이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공유주차제는 아파트 등 건축물 부설주차장, 기업체, 학교 등 공공기관 주차장이 비는 시간에 시민들이 일정 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차장을 개방한 곳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새로운 주차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 예산절감 효과와 불법 주차에 대한 주민의식 변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도는 2018년 말 공동주택과 상가, 은행, 공공기관 등 167개소 1천710면의 주차장을 확보했다.
문제는 주차난이 비교적 덜한 읍·면 지역 위주로 이뤄졌고, 주차난이 심각한 도심 지역에서는 외부인의 출입 등에 대해 공동주택 주민들이 거부반응을 보여 사업 참여가 저조했다.
공짜 주차를 당연시하고 유료 주차를 기피하는 시민들의 태도도 주차난을 가중한다.
도심의 공영 유료 주차장은 여유로운 데 반해 도롯가 불법 주정차는 끊이지 않는다.
방문지와 주차장 거리가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불법주차를 서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공짜로 주차할 수 있는데 왜 돈을 내느냐', '잠깐이니 괜찮다', '나만 편하면 된다', '단속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제주시에 사는 김모(35)씨는 "단속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불법 주정차를 해도 딱지를 떼지 않으니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 관계자는 "새로 추진하는 거주자우선주차제를 통해 공짜 주차가 아닌 주차에 따른 비용 부담이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높이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