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세운 독서 결심이 작심삼일에 그쳤다면 설 연휴는 어그러진 계획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여유를 갖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좀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읽기 좋은 신간들을 소개한다.

알찬 독서로 뿌듯한 설 연휴 보내자
<넛지 실천편>(별글)은 '넛지' 이론을 스스로 활용하고 실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는 안내서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란 뜻이다.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함께 집필한 <넛지>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 행동경제학 용어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저자들은 사회적기업인 '행동통찰팀', 일명 '넛지팀'의 일원이다. 탈러 교수가 고문으로 있는 이 단체는 행동과학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실제 사회에 적용하고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책은 결정과 계획, 약속과 보상, 목표와 피드백, 그리고 노력 등 7가지로 '셀프 넛지' 방법을 안내한다. 세금독촉장에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기한 내에 잘 납부하고 있다'는 문장 하나가 가져온 변화, '쓰는 약속'과 '작은 보상'의 효과 등을 다양한 사례와 실험으로 보여준다. 작게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계획하면 얻어가는 성과들이 신선한 자극제로 다가온다.

알찬 독서로 뿌듯한 설 연휴 보내자
<쓸모 있는 생각 설계>(토네이도)는 뛰어난 성과를 내고 독창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의 비결을 '내부'에서 찾는다. P&G에서 마케터, 소니 크리에이티브센터에서 신사업을 맡았고 현재는 전략 디자인 회사를 운영 중인 저자는 '자신 안에서 발생한 생각'이 그들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수요를 파악하고 트렌드를 좇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시키라는 것이다. 책은 떠오른 생각을 구체화해 결론까지 이끌어 내는 이들을 '생각 설계자'라 칭한다.

'모든 웹 사이트를 다운로드할 수 있고 그 링크를 전부 기록해 둔다면 어떨까'란 질문에서 출발한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방법을 계획했고 살만 칸 칸 아카데미 창업자는 질 높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을 고민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생각 설계자'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강조한다. 직감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과정,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좌절하지 않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알찬 독서로 뿌듯한 설 연휴 보내자
앞선 책들보다는 조금 무겁지만 '세계를 보는 창문'인 환율을 다룬 책으로 경제 전반에 대한 시야를 넓혀보는 건 어떨까.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생각비행)는 통화와 환율에 대한 교양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책은 경제 논리뿐 아니라 정치, 군사, 사회 현상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환율의 '예측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행에서 자금부, 국제금융부, 금융시장국 등에서 일하며 금융시장의 동향과 제도 분석 업무를 해온 저자가 오랜 실무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환율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환율이 움직이는 매커니즘을 파악해 스스로 분석하고 해석할 줄 알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통화전쟁의 진의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기축통화를 둘러싼 지배세력과 신흥세력 간의 갈등, 국제금융거래의 안정화라는 명분을 내세운 국가 이기주의의 이면도 살펴본다. 저자가 도식화한 환율 예측을 기반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800원이 될 경우와 1600원이 될 경우를 나누고 좋은 시나리오, 나쁜 시나리오로 구분해 서술한 마지막 장도 흥미롭다.

알찬 독서로 뿌듯한 설 연휴 보내자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고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면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비즈니스북스)를 추천한다. 내가 없는 회사엔 뭔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면서도 '내 시간이 없다'는 불만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저자는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는 은퇴 후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을 여행하는 게 꿈이었다. 평생 일에 헌신했던 아버지는 정작 은퇴한 후 일주일 만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저자는 자신의 모습이 과거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다.

저자는 일이나 가족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1년을 살기로 선언한다. '물가에서 1년 살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자 꼬여있던 일과 관계가 풀리기 시작하는 변화의 지점을 담고 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라거나 무작정 여행을 떠나라는 건 아니다. 다만 꿈을 '언젠가'로 미루지 말고 당장 오늘부터 자신의 행복을 위해 10분이라도 시간을 내라고 강조한다.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지 않다면 나중에 저기서도 행복할 수 없다"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기적인 삶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현명한 행동이 된다" 같은 문장들이 와닿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